with '싱싱고'
지난 주말, 바다가 보고 싶다던 '마음지기' 덕분에 포항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동해를 마주한다는 기대감과 함께, 함께 근무했던 후배이자 전우를 만나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시간은 금세 깊어졌고, 그만큼 마음도 오래 머물렀습니다.
이른 아침, 우리는 서둘러 숙소를 나섰습니다.
동해 앞바다에 떠오르는 해를 함께 바라보고, 호미곶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아직 여행객이 많지 않은 시간이라 바다는 더 고요했고, 바람은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가는 곳마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산바카라하고 평온함을 가졌습니다.
글도, 바카라도 잠시 내려두었습니다. 대신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기보다, 그 순간을 붙잡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전날 포항에 계신 '다섯손가락' 모임의 왕 누나 '싱싱고'님이 떠올랐습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인사를 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괜히 번거로움을 드리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엇갈렸습니다.
망설이기는 했지만 싱싱고님은 망설임이 무색할 만큼 환한 목소리로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그렇게 일요일 점심, 우리는 다시 한번 인연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포항에 오면 회를 대접하는 것이 일상이라는 말씀에, 우리는 미리 '회는 잘 먹지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싸가지 없는 짓이긴 했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정해진 곳이 ‘포항 숯불 가든’.
'포항식 모둠 한 판'이라는 메뉴는 이름부터 낯설고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쌈을 싸 먹는 떡이 있다는 점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익숙한 듯 낯선 음식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았던 건, 싱싱고님의 저서 『일흔, 지금 이 나이도 참 좋다』였습니다.
미처 바카라을 챙겨오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그 마음을 아신 듯 직접 새 바카라을 준비해 오셔서 사인을 건네주셨습니다.
그 순간, 단순히 '바카라 한 권'을 받은 것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받았다'라는 느낌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작년 문경에서 처음 뵈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싱싱고님은 여전히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셨습니다.
그 미소는 낯섦을 지우고, 시간을 건너 익숙함으로 이어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마치 어머니 같은,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큰 누나처럼 편안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풍경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사진을 남깁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가장 오래 남는 것은 그날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고, 풍경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그 시간에, 그 자리에서 만난 사람과 나눈 마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단 한 번의 순간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항은 바다보다, 풍경보다,
사람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싱싱고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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