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의 부작용 ㅎ

알람 때문에

by글터지기

알람은 늘 두 번 울립니다.

04시 30분, 그리고 05시.


잠들기 전, 휴대폰과 전자기기는 일부러 작은방 서재 바카라상 위에 올려둡니다.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것만으로도 밤은 훨씬 조용해집니다. 괜히 화면을 켰다가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도 줄어듭니다. 대신, 아침에는 조금 번거로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알람을 끄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는 꽤 오랫동안 이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해 왔습니다. ‘미라클 주니’와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이기도 합니다.


이 습관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밤에는 휴대폰에서 벗어나고, 아침에는 어지간해서는 일어나게 됩니다.

문제는 단 하나입니다.


가끔, 정말 가끔... 음.... 알람을 듣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꼭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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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집 안을 울리는 알람 소리.

그 소리에 먼저 반응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흰머리 소년'입니다.


"아버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

"날이 좋아져서, 평소 보다 일찍 운동 좀 하려고."

"조금 더 주무셔도 되는데요…"

"공원에 자전거 타는 기구가 있는데 말이야. 요즘은 줄을 서. 그러니까 30분이라도 일찍 가야 내가 먼저 타고 오지."


이쯤 되면 웃음이 납니다.

예전에 실내 자전거를 사드렸을 때는 쳐다도 안 보시던 분이, 이제는 공원 기구를 타기 위해 새벽 경쟁에 나서고 계십니다.


"아이코야.. 실내 자전거 사 드렸을 때는 쳐다도 안 보시고 이사할 때 그냥 버리시더니, 이제요?"

"…"

대답 대신 웃으십니다.


아마 공원에는 벌써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을 겁니다.

자전거 기구를 타는 분도 있고, 벤치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분도 있을 테지요.

누군가는 직접 키운 채소를 내어놓고, 흰머리 소년은 그 앞에 들러 무엇이 되었든 한 움큼씩 사 오실 겁니다.


오늘도 첫 알람이 울리고, 저는 뒤늦게 일어나 작은방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텔레비전 소리를 듣습니다.

아마도 배드민턴이나 탁구 경기일 것입니다.

혹은 그냥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고 하루를 깨우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만든 습관 하나가

누군가의 아침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분명 시끄러운 아들놈 알람 소리 때문이겠지만

그 새벽 덕분에 아버지의 하루에는 조금 더 이른 햇살이 들어오고,

조금 더 많은 이야기가 쌓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알람을 탓하기보다는

그 소리 덕분에 시작된 또 하나의 아침을 떠올려 봅니다.


내가 바꾸려 했던 것은 나의 하루였는데,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조금씩 바꾸며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을 일찍 마치고, 바다가 보고 싶다고 노래를 하는 '마음지기'와 포항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마침 일정이 맞은 함께 근무했던 후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 내일 미라클 모닝 소식은 바다 앞에서 펼쳐질 거라 예상합니다.


오늘, 내일은 글이고 나발이고 그냥 좀 편하게 놀고 오겠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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