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시선으로', 5차 퇴고를 시작합니다

with '사랑주니'

by글터지기

이번 제주 여행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종이바카라 코칭을 해 주고 계신 사랑주니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우리답게, 일요일 아침 7시 30분.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4차 퇴고를 마친 저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의 퇴고 중에서는 가장 나은 상태가 아닐까.'


4월의 목표를 단 하나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오직 '4차 퇴고 완료'.

그 목표 하나에 집중하며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제주행 비행기에 오르기 사흘 전, 퇴고본을 보내면서

스스로 어깨를 조금 으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칭찬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제법입니다"라는 말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로 약속은 바뀌었습니다.

비행기 시간 착오로 인해, 공항에서 만나 원고를 전달받게 된 것입니다.


일요일 아침 7시.

제주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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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마셨던 '한라산 소주'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대기석 입구 자리에서 모닝커피를 들고 원고를 건네받았습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손에 들린 종이 묶음의 무게가 이상하게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설명은 간단했습니다.

빨간색은 수정이 필요한 부분,

노란 형광펜은 반복된 표현,

파란 동그라미는 괜찮은 문장.


문제는 원고 대부분이 빨간색이었다는 겁니다.

밑줄, 수정, 코멘트. 페이지마다 빽빽하게 채워진 표시들.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왜 이게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까.'

집에 돌아와 검토본을 천천히 다시 넘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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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당혹감이 컸고, 그다음에는 약간의 놀라움도 스쳤습니다.

하지만 몇 장을 더 넘기다 보니, 그 감정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저는 '쓴 사람의 시선'으로만 이 글을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문장을 만든 사람에게는 흐름이 보입니다.

생략된 맥락도 이해되고, 반복된 표현도 익숙하게 지나갑니다.


반면, 저는 '독자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차이가 바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였습니다.


그제야 빨간 펜의 의미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적이 아니라, 독자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준 흔적.

비판이 아니라, 내 글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잡아준 방향.


그래서 오늘부터 5차 퇴고를 시작합니다.

다시 써야 할 꼭지들도 남아 있고,

마지막 장은 시간에 쫓겨 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써보려 합니다.

내가 이해하는 글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끝까지 따라갈 수 있는 글로.


나이 오십에 다시 만난 '빨간 펜 선생님'.

이 검토본은 버리지 않고

따로 제본해 두려 합니다.

어쩌면 이 원고보다 더 오래 남을,

내 글쓰기의 기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3일의 여유밖에 없던 시간에 이렇게 몰입해서 검토해 주신 '사랑주니'님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85s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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