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일찌감치 지역 식자재 마트로 납품을 가던 길이었습니다. 시 외곽에 자리한 그 마트는 큰 도로 옆에 붙어 있어, 진입을 위해서는 한 번의 유턴이 필요합니다. 평소에도 사람보다 차량이 더 많은 곳, 그래서 늘 한산하다고 여겨지던 길이었습니다.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건너편 나무 아래에서 누군가가 무릎을 꿇고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분이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침 길을 지나던 한 여성도 그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유턴을 하자마자 차를 세우고 현장으로 다가갔습니다. 저는 여성분께 119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 사이 어르신 곁에 앉아 몸을 지탱해 드렸습니다. 다행히 의식은 또렷하셨습니다. 급박한 상황은 아닌 듯 보였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때 어르신이 다급하게 말씀하셨습니다.
"119에 신고하지 마세요. 그냥 일으켜만 줘."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까, 일단 앉아서 좀 쉬세요. 구급대 오면 확인받으시죠."
"아니야, 그냥 넘어졌을 뿐이야. 일어서기만 하면 돼."
목소리는 단호했고, 오히려 저와 여성분이 더 당황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조심스럽게 어르신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고, 가까운 버스정류장 의자까지 모셨습니다. 어르신은 장을 보러 가는 길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신 뒤, "좀 쉬었다 가면 괜찮다"라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저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어르신의 상태를 지켜봤습니다. 다행히 마트가 바로 앞이었고, 매장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뒤 직원 한 분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잠시 후 직원이 도착했고, 어르신은 스스로 걸음을 옮겨 매장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제가 이 글을 작성하는 건, '누군가를 도왔다'라는 걸 자랑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분명 이런 상황에는 '매뉴얼'이라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일을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겠다고, 머릿속으로는 여러 번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오고 나니,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어르신을 일으켜 드리고, 잠시 곁을 지켜보는 것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조금 늦게 부끄러움으로 밀려왔습니다.
의식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119에 신고를 하는 것이 맞는지, 혹은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병원 진료를 권하는 것이 옳은지, 어르신 개인의 사정—경제적인 이유든, 다른 여건이든—으로 구급대나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건 아닌지.
그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무엇이 맞는 선택인가'를 단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납품을 마치고 매장 안에서 다시 마주한 어르신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장을 보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걸까.
누군가 분명하게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한 번쯤은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삶의 많은 순간을 '정답'을 알고 싶어 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장면들은 대부분 정답이 없는 자리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