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에게 자랑스러운 슬롯인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에어건 학대'를 바라보며

by글터지기

최근 종이 신문을 다시 펼쳐 들고 있습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대부분은 제목 위주로 훑어보는 정도입니다. 제가 따로 스크랩하는 오피니언 글은 금요일에 연재되기 때문에, 나머지 날들은 그저 지나가듯 읽고 넘기곤 합니다.


그런데 어제, 또 한 번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기사를 마주했습니다.

마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지난 글에서 저는 '이주노동자 차별'에 대해 다루며, 과거 '백정'의 이야기까지 끌어와 풀어낸 적이 있습니다. 전라남도 나주의 한 벽돌 공장에서 스리랑카 노동자를 벽돌에 묶고 지게차로 학대했던 사건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jdj0361/104


그때도 정부는 강력한 대응을 약속했습니다. 대통령과 노동부, 행정부가 나서 진상을 밝히고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비슷한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에어건을 이용한 이주노동자 학대 사건'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_9PuQLaBck


익숙한 장면입니다.


사건이 보도되고, 여론이 들끓고, 뒤늦은 대바카라이 발표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됩니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우리는 지금 K-컬처를 이야기하고, 국격을 말하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사를 마주할 때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문제일 뿐이다.'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왜 '일부'의 문제는 이렇게 반복되는 걸까.

왜 비슷한 사건은 끊임없이 다시 나타나는 걸까.


아마도 그 바닥에는 우리가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깔려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남아 노동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우월감,

취업비자를 둘러싼 구조적 한계,

그리고 현장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사업자의 왜곡된 인식.


이것은 몇몇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시스템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 불편합니다. 그래서 더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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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는 '우리'의 인식을 말하기 전에, 먼저 '나'부터 돌아보려 합니다. 나는 이주노동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무의식 속에 우월감이나 거리 두기는 없었는지.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다음은 제도의 문제입니다. 취업비자 발급 구조가 누군가에게 '갑'의 위치를 쥐여주고, 그 권력이 현장에서 왜곡된 형태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회와 행정부는 보다 면밀하게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사업자와 고용자의 입장이 아니라, '현장'과 '사람'을 중심에 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학대와 폭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대한 처분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런 일이 계속해서 '다시' 일어난다는 것은, 처벌이 두렵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하다면 '신상 공개'까지 검토해야 할 국격의 문제는 아닐까. 이런 파렴치한 일부의 행동이 결국 우리 모두의 얼굴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랑하고 있는 이 슬롯는, 과연 누구에게도 자랑스러운 슬롯인지.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여전히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이번 사건도 관심 있게 진행 과정을 끝까지 주의 깊게 지켜보겠습니다.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인간 답게 근무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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