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하프 연주는 누구를 환대하고 있을까

『맨스필드 파크』 다시 읽기

by제이오름
Gemini_Generated_Image_zhrcpjzhrcpjzhrc.png

제인 오스틴 소설을 이야기 하고자 하니 제인 오스틴 시대로 가보려 한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 집이 피아노나 하프 등의 악기를 소유하고 있는 집이라면 말이다. 한번 상상을 해보자. 제인 오스틴 가족처럼 중산층 이상의 집에 초대되어 갔더니 거실에 멋진 피아노와 하프가 놓여 있다. 식사가 끝나고, 딸 들 중의 한명이 하프를 연주한다. 사람들은 후식을 먹으면서 연주 곡을 듣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 일상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흥미롭게도 새롭게 드러나는 일들이 있다. 누가 누구에게 호감을 갖는지, 누가 누구를 경계하는지, 혹은 누가 정곡을 찌르는 언급을 하는지, 누가 지식과 교양이 모자라는지가 드러나는 것이다. 피아노와 하프 등의 악기 연주도 청중을 즐겁게 하는 수단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연주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서, 연주하는 이의 매력과 교양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 된다.


음악을 감상하는 이 또한 듣는 곡의 음악적 지식과 관련 교양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음악의 재생산이 무한대로 가능한 지금이야 장소를 불문하고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제인 오스틴 시대에는 원하는 음악을 듣는 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녹음과 방송이 없었으니 사람들은 음악가가 있는 곳을 찾아가거나 스스로 연주해야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집에 악기가 있어도 연주를 할 수 없다면 음악적 지식과 교양은 무지에 가까웠을 것이고, 음악가가 연주하는 곳을 직접 찾아가 음악을 듣는 습관을 들이면서 음악적 지식을 높이고 자신의 매력과 교양을 높이려고 했을 것이다. 자신의 집에 지인들을 초대하여 악기를 연주함으로써 환대를 하고, 초대된 이는 환대에 응하여 연주되는 곡을 들으며 음악적 지식을 뽐내기도 한다. 이렇게 악기 연주는 환대하는 이와 환대받는 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맨스필드 파크』에서 연주되는 하프는 과연 이 공식을 보여주고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피아노와 하프 등의 악기는 상대를 "나"의 공간으로 환대하기에 아주 좋은 수단이 된다. 그 환대를 통해 연주하는 "나"의 매력과 교양을 한층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맨스필드 파크』의 메리 크로퍼드는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데 하프를 적극 이용한다. 에드먼드에게 관심이 있었던 메리 크로퍼드는 에드먼드가 하프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기꺼이 자신이 직접 하프를 연주하겠다고 한다. 패니 프라이스도 사실은 그녀의 하프 연주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다. 패니가 이모부인 버트람 경 댁에 오기 전 포츠머스에 지낼 때는 집이 매우 가난하여 악기 연주는 커녕, 음악을 들을 기회도 거의 없었다. 패니가 에드먼드와 친하고 맨스필드 파크에 같이 거주하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메리는 목사관에 에드먼드만 초대하여 하프를 연주해 준다. 시작부터 패니는 하프의 공간에 소외를 당하게 된다.


『맨스필드 파크』에서 악기와 관련하여 매우 인상깊은 장면이 나오는데, 메리 크로퍼드가 런던에 두고 온 하프를 맨스필드로 가져오려고 하는 장면이다.


"저도 차차 이곳 풍습에 익숙해지겠지만, 돈이면 다 된다는 런던의 격언에 물든지라, 이곳만의 완고한 시골 관습에 처음엔 좀 당황했어요. 아무튼 내일은 하프를 실어 올 거에요. 마음씨 좋은 헨리 오빠가 자기 버루슈로 실어다 주겠다네요. 그만하면 하프에도 누가 되지는 않겠지요?"

에드먼드는 자기도 하프를 좋아한다면서 곧 연주를 들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패니는 하프 연주를 들은 적이 없어서 꼭 듣고 싶어 했다. (88-89)


메리 크로퍼드는 자신의 하프가 이동되는 과정을 매우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이 장면은 단순히 하프를 가져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 자 다음 문장을 보자. "마음씨 좋은 헨리 오빠가 자기 버루슈로 실어다 주겠다네요. 그만하면 하프에도 누가 되지는 않겠지요?" 하프는 아무나 실어날을 수 있는 악기가 아님을 강조하고, 이동할 때도 하프가 손상되지 않도록 버루슈에 실어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버루슈는 4개의 바퀴가 달린 대형 승용 마차이다. 보통 네마리의 말이 끌고, 마차 앞뒤에 마부와 승객이 앉을 수 있는 구조이며 뒤쪽에는 접을 수 있는 반원형 지붕이 있다. 소위 상류층이 장거리 이동이나 사교 방문에 사용하던 고급 4륜 마차, 마차의 리무진라고 보면 된다. 비가 잦은 영국에서 갑자기 비올 때를 대비하여 지붕이 있는 마차를 사용해야 하프를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메리 크로퍼드의 발언은 하프라는 악기는 이동부터 설치까지 이 복잡한 과정을 세세하게 신경쓰고,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악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메리는 일면 유난을 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하프의 이동 경로와 행방에 관하여 자신이 얼마나 신경써 왔는지 버트람 경에게 말한다. 그리고 에드먼드는 그녀의 집요함에 응하여 "이곳다운 방식"(시골의 방식)을 설명해 준다. 사람들이 직접 조사하는 도시의 방식과 달리 시골의 방식은 소문이나 소식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퍼지는 방식이다. 시골은 사람들이 서로 아는 사이이고 작은 지역슬롯라서 소문이나 소식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퍼지기 마련이다. 시골 사람들은 이런 문화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이곳다운 방식"을 자연스레 선호하게 된다. 그러니 "맨날 물어봐도 아직 안 왔다고 정색을 하더니"에서 알 수 있듯이, 메리처럼 노골적으로 물어보면 시골 사람들은 우선 경계를 할 뿐이다. 메리는 이미 "돈이면 다 된다는 런던의 격언"에 물들어 있고, 시골의 방식을 "완고한 방식"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흥미로운 장면은 이후 메리가 하프를 연주할 때, 그녀의 하프 연주를 무조건적인 환대 장면으로 볼 수 없는 이유이자 시작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버트럼 씨." 그녀가 말했다. 마침내 제 하프의 행방을 알게 됐어요. 무사히 노샘프턴에 도착했다네요. 한 열흘 전에 도착했나 봐요. 맨날 물어봐도 아직 안 왔다고 정색을 하더니 말예요." 에드먼드는 기쁘고 놀라운 마음을 표시했다. "사실은 우리가 너무 노골적으로 알아본 게 탈이었어요. 하인도 보내고 직접 가 보기도 했으니까요. 런던에서 70마일이나 떨어진 이곳에선 그런 방식은 안 통하는 줄도 모르고요. 그러다 오늘 아침 드디어 소식을 입수하게 되었죠. 이곳다운 방식으로 말예요. 어떤 농부가 하프를 보고 방앗간 주인한테 전했고, 방앗간 주인이 다시 푸줏간 주인에게 전하자 그 집 사위가 가게에 전갈을 남긴 모양이에요."(87)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제이오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영문학 전공, 제인 오스틴을 좋아합니다. 에세이를 쓰고, 시를 쓰고, 학습 자료를 만들고 북리포트를 쓰는 창작자입니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중학교 영어 교사이기도 합니다.

35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6화55. 환대의 시작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