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환대의 시작은 무엇일까?

『설득』에서 읽는 환대의 의미

by제이오름
Gemini_Generated_Image_k1ux8dk1ux8dk1ux.png.

『설득』에서 엘리엇 경(Sir Walter Elliot) 집안의 재산 문제를 관리하고 조언해주는 변호사인 셰퍼드 씨(Mr. Shepherd)는 재정 문제 때문에 엘리엇 경 가족이 켈린치 홀(엘리엇 가문의 저택이자 영지)을 떠나야 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셰퍼드 씨는 켈린치 홀에 대해 "a character of hospitality and ancient dignity"를 가진 집이라고 한다. 환대와 옛 위엄을 가진 저택이라니, 가문 대대로 어떤 환대를 했을지 매우 궁금해진다.


"월터 엘리엇 경께서 전통적으로 후한 환대를 하는 장소로 널리 알려져 온 당신의 저택에서 생활 방식을 대폭 바꾸시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것이 제 소견이올시다." (23)


켈린치 홀을 "환대와 위엄을 지닌 저택"이라 부르니, 엘리엇 경의 환대는 말 그대로 후하고 품격있는 환대였는지 소설 속에서 그 흔적을 찾아보고자 한다. 사실 엘리엇 경의 환대는 진심으로 따뜻하게 타인을 맞이하는 무조건적인 환대와는 거리가 멀다. 이는 소설 첫 부분에서 묘사되는 그의 성향을 보면 짐작해 볼 수 있다. 엘리엇 경은 허영심, 신분 의식, 외모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이다. 시간이 날때 재미삼이 읽는 바카라은 "준남작 명부"이며 그 명부에서도 자신의 약력이 적힌 갈피를 펼쳐 놓고는 자신의 가문의 위대함과 훌륭함에 감탄한다.


서머싯셔의 켈린치 홀에 사는 월터 엘리엇 경은 재미 삼아 읽기 위해 집어 드는 바카라이라고는 준남작 명부뿐인 사람이었다. 그 명부를 읽다 보면 한가한 시간이 쉽게 흘러갔고, 불쾌하던 기분이 절로 풀렸다. 비록 제한된 형태지만, 남아 있는 오래전 조상들의 훌륭한 작위를 곰곰 들여다보자면 존경과 감탄의 마음이 저절로 솟았다. 그리고 일상사에서 느끼던 달갑지 않은 감정들도 자연스레 연민과 경멸로 바뀌었다. 지난 세기에 생성된 작위들로 가득 찬,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바카라갈피를 넘기다 보면 모든 게 그저 그렇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땐 자기 자신의 약력을 읽었다. 자신의 약력을 읽으면서 흥미를 잃은 적은 한 번도 없으니 말이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바카라인 그 명부에서도 항상 자신의 약력이 적힌 갈피를 펼쳐 놓았는데,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켈린치 홀의 엘리엇

월터 엘리엇은 1760년 3월 1일에 태어나 1784년 7월 15일 글로스터 군의 사우스파크에 사는 향사인 제임스 스티븐슨의 딸 엘리자베스와 결혼했으며, 1800년에 사망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1785년 6월 1일생 엘리자베스, 1787년 8월 9일생 안, 1789년 11월 5일 사산한 아들, 그리고 1791년 11월 20일생 메리를 자녀로 두었다.

이것이 원래 인쇄소에서 인쇄된 내용이었으나, 월터 경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메리에 관한 묘사에 다음과 같은 구절을 덧붙임으로써 이 문단의 내용을 향상시켰다. "메리는 1810년 12월 16일 서머싯 군의 아퍼크로스에 사는 향사인 찰스 미스그로브의 아들이자 상속자 찰스와 결혼했다." 그리고 자기가 아내를 잃은 날짜도 정확히 끼워넣었다.

이 문단에 이어 명부에는 엘리엇 집안의 내력이 명명백백 유서 깊은 가문의 내력과 부상(浮上)을 묘사할 때 흔히 사용되는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이 가문이 언제 어떻게 체서에 자리를 잡았고, 믹데일의 바카라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그 집안의 인물들이 어떻게 주 장관의 직무를 수행했고, 한 선거구를 대표해서 37에 걸쳐 의회의 의원을 지냈고, 국왕에게 충성을 다했으며, 찰스 2세 즉위 첫해에 준남작의 작위를 받았고, 언제 온갖 메리들과 엘리자베스들과 결혼했는지를 이에 대한 모든 기록이 훌륭한 지점의 12절판 두 쪽가량에 걸쳐 열거되어있으며, 그 맨 끝에는 문장과 제명이 기록되어있었다. "주 영지, 서미싯 주의 켈린치 홀." 그리고 다시 월터 경의 필적으로 이렇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추정 상속자, 향사 월리엄 월터 엘리엇, 제2대 월터 경의 증손자.

월터 엘리엇 경은 철두철미 허영심으로 시작해서 허영심으로 끝나는 사람이었다. 바로 외모와 지위에 대한 허영심로 말이다. 젊었을 때도 빼어난 미남이었지만 그는 쉰 넷에 이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보기 좋은 인물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자라도 그만큼 외모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드물 정도였다. 새롭게 작위를 수여받은 귀족의 시종도 월터 경만큼 자신의 슬롯적 지위에 만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미남이라는 행운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 그것은 남작이라는 지위의 축복일 터였다. 따라서 이 두 가지 행운을 겸비한 월터 엘리엇 경의 자부심과 스스로에 대한 헌신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제이오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영문학 전공, 제인 오스틴을 좋아합니다. 에세이를 쓰고, 시를 쓰고, 학습 자료를 만들고 북리포트를 쓰는 창작자입니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중학교 영어 교사이기도 합니다.

35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5화54. 엘리자베스는 인터뷰의 기술을 어떻게 터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