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았어

스미다

by장지연 작가

비를 맞았어


우산이 필요치 않았다
스며들고 싶었으니까
아카시아 꽃잎은 추락하며
향기를 빗물에 유언으로 남기고
애기똥풀꽃은 깨끗하게 세안하고
헤헤거리며 씰룩 된다

우산이 필요치 않았어
당신의 마음에 스며들고 싶었거든
작약은 그 큰 얼굴이 무거워
땅과 원치 않는 눈 맞춤을 하지만
난 초록으로 물들어 쑥쑥 키우고 싶은
마음이 하나 있거든

비를 맞았어
머리카락은 숨이 죽어
뺨과 원치 않은 접촉을 하지만
아롱지는 물방울이 동그랗게 번질 때
나는 스며들고 있었지
재즈 음악이 보내는 당신 생각에

우산이 필요치 않았어
키워야 했으니까
내려놓을 게 있었으니까
남길 게 있었으니까

거울에 비추어 보았어
푹 젖은 몸은 보이는데

이 메마른 맘은 뭐지?
헛짓이었군
우산을 써야겠다



https://youtu.be/22zsfr6ok2I?si=K-WRNniTqlJnulE-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