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 가고 싶다
폐쇄되어 역장도 없이 남겨진 간이역
이런 밤이면 절대 고독에 젖어들었을 공간
그곳을 지나치는 기차 안의 승객도
표를 끊고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도
이젠 보기 힘든 간이역의 풍경
지나가는 기차 차창엔 누군가의 얼굴이 있었고
승강장에는 기다림마다 주인이 있었을 텐데
이젠 빈 철로를 바라보는 일조차 일부러 와야만 하네
인적 드문 그곳에서 스쳐 지난 그 사람 떠올라
전생에 얼마나 많은 인연을 맺었던 걸까
누군가의 사연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은 곳
간단한 인생, 무에 그리 사무칠까 싶다가도
이번 생에 이루지 못한 사랑 기약이 없어
오래 남는 짧은 만남에 역마살 낀 팔자를 탓하고야 만다
낡은 역사 구석진 벽 어딘가
누군가 끝내 전하지 못한 말 한마디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그토록 떠돌고도 마음 하나 데려오지 못한
하얀 안갯속 흐려지는 오후를
그곳, 간이역에서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