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허수아비 평생 두 팔을 벌리고 서서 한 번도 안아보지 못했다 품을 여는 일과 겁을 주는 일이 한 몸이었으니 매서운 바람이 지날 때마다 한 줌씩 한 줌씩 제 속엣것을 날려 보내고 끝내 빈 소매만 남아 펄럭인다 가라, 가라, 평생 그 말밖에 배우지 못해 새들은 쪼아 간 지푸라기로 먼 데에 둥지를 틀었다 자신의 살점을 내어주며 까마귀를 쫓은 평생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없이 온몸으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