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 <윗집 부부> 클레이하우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앞에서 작아지거나, 당장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생존의 절박함에 치이며 살아가곤 합니다.
나이 든 세대는 젊은이들의 절망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청년들은 어른들의 외로움과 고독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죠.
오늘 소개해 드릴 바카라은 단단하게 굳어버린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 다정한 안부를 건네게 만드는 황보름 작가님의 신작 소설 <윗집 부부>입니다.
전작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통해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함을 선물했던 황보름 작가님이 이번에는 세대 갈등과 저출생이라는 묵직한 슬롯적 화두를 품고 돌아왔습니다.
작가는 우연히 "초저출생이 계속되면 결국 되돌릴 수 없다"라는 경고성 영상에서 '되돌릴 수 없다'는 문장에 깊은 충격을 받고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해요.
소설의 중심에는 이름부터 융통성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70대 할아버지 '오경직'이 있습니다.
심장 시술을 받은 후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던 경직 할아버지. 어느 날 뉴스에서 '대한민국 초저출생' 기사를 접하고 무모하지만 절박한 결심을 합니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사라지게 둘 수는 없어! 내가 직접 나서서 젊은이 딱 한 명이라도 설득해야겠어!
이상주의와 오지랖이 발동한 할아버지는 대기업에 다니는 딸 선지와 첫째를 낳은 아들 대호에게 밀착 설득을 시도하지만, 돌아오는 건 "아빠만 생각하지 말라"는 매서운 항변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사를 건넨 윗집 부부를 눈여겨보게 됩니다. 세상 근심 없어 보이고 인사성 바른 저 젊은 부부라면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죠.
"이 나이 되어보니 산다는 게 뭐 별거 없어. 그저 애들 커가는 모습 보며 흐뭇하게 살면 되는 거지. 안 그런가?”
“아, 저는 잘...”
“나중에 자네도 애 키워보면 알게 될 거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그렇게 아랫집 할아버지의 엉뚱한 오지랖으로 시작된 인연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나이가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살아온 구력이 드러내는 혜안 같은 것. 물론 살아온 구력이 빗나가 노욕의 표상이 되어버리는 늙은이들도 적지 않지만, 경직은 지금 이 시점에서는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고 싶었다. 윗집 부부에게 뭐라도 한마디 해줄 수 있다면, 그건 경직이 긴 시간을 살아온 사람이 어서였다. 한 사람이 오래 살다 보면 시간이 해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으므로.
경직은 지금 자기가 하려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윗집 부부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아랫집 늙은이의 오지랖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들 몫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안다는 건 경직도 알았다. 젊은 사람들 역시 본인들이 늙은이들보다 더 많이 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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