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모과 <그린레터> 다산바카라방
서로에게 벽을 세우는 일이 당연해진 요즘, 타인에게 다정한 마음을 건네는 일은 점점 더 서툴러집니다.
만약 이 차가운 세상 한가운데에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다정한 편지 한 장이 도착한다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바카라은 차가운 눈과 얼음의 세계에서 묵묵히 푸르른 고백을 건네는 황모과 작가님의 SF 장편소설 <그린 레터>입니다.
눈과 얼음으로 둘러싸인 나라 '얼음 산국'
식물 연구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이륀'은 소수민족 '쿠진족'의 피가 섞였다는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의 온갖 차가운 시선과 편견 속에서도 이륀이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연구가 있었는데요.
바로 증조할아버지 '푸룬'이 남긴 세상의 마지막 희귀 식물 '비티스디아'의 잎에 봉인된 메시지를 해독하는 일이었습니다.
비티스디아는 기르는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잎맥에 새기는 신비의 식물이었지만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얽힌 잎맥의 의미를 풀기란 결코 쉽지 않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적도 근처의 거대한 숲에 산다는 '발루'라는 낯선 이에게서 믿기 힘든 메일이 한통 도착을 합니다.
멸종된 줄 알았던 비티스디아가 그곳에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자신에게 잎새를 해독할 수 있는 쿠진족의 '해독키'가 있다는 소식이었죠.
이륀은 '발루'의 도움을 받아 잠들어있던 푸른 잎맥의 메시지를 하나씩 풀어가기 시작하고, 마침내 수십 년 전 시대를 뒤흔들었던 참혹한 비극과 가슴 아픈 사연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륀은 궁금했다. 비티스디아는 왜 특정 지역에서만 자라다 사라졌을까? 세상의 많고 많은 고산지대중에서도 왜 하필 쿠진족 거주지에서 생사를 함께 했을까? 쿠진족의 소멸과 함께 멸종한 데에 무슨 의미라도 있는걸까?
'한 민족의 흥망성쇠와 함께한 식물이라니...'
당신은 쿠진입니까?
이륀은 메일 본문을 한참 노려보다 휴지통에 던져넣었다. 그 후로도 종종 발루라는 사람에게서 메일이 왔다.
줄기에 가까운 부분부터 읽지 말고 줄기와 먼 잎 끄트머리 부분부터 읽으셔야 해요.
잎의 가장 넓은 부분을 찾아 십등분 하세요. 그 폭을 기준으로 프랙털 단위를 찾으세요.
계속되는 그의 조언을 귀담을지 말지 이륀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휴지통을 열었다. 계속 외면했던 메일이 단정하게 놓여있었다.
친구들과 저는 어른이 되어야 올라갈 수 있는 그곳을 ‘비밀의 계단’이라 부르며, 먼저 올라가는 형과 누나들을 놀리곤 했어요. 그날 저는 그곳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요.
이륀의 증조할아버지 '푸룬'은 청년 시절 밑동 마을의 자유로운 영혼 '로밀야'라는 여인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비티스디아 잎새를 건네며 소박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두 사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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