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모두 사라져도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정지우

by재희


나는 스타트업 대표 같은 사람들에게 종종 매력을 느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자신의 힘으로 용기있게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아마도 나는 지난 시절 조직이 정해둔 틀에만 맞춰 살았기 때문에,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동경하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엔 인생이 단순했다. 10대에는 세상이 만든 줄에 1등으로 서 있기를 원했고, 20대에는 그 줄을 벗어나 자유롭고 재미있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른 즈음부터인가, 이런 질문이 마음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거지?”


최근 정지우 작가의 바카라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를 읽으며,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작가는 ‘좋은 삶’이란 돈이나 성공의 크기로 증명되는 인생이 아니라, 도전과 실패의 과정에서 ‘돈이 사라져도 내게 남는 것’을 꾸준히 쌓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결국 삶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채워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나의 시간을 써서 돈이 아닌 무엇을 쌓아왔는지, 또 쌓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 내가 시간으로 쌓은 어떤 기술이나 취향, 능력, 태도, 지식 등은 돈이 없어져도 남는다. 그것들은 내가 길바닥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며, 삶의 근본이자 자존감의 바탕이 된다


그럼, 나는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을까. ‘이것만은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먼저, 내게는 읽고 쓰는 즐거움이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카라을 먼저 찾고, 바카라에서 삶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발견하는 일이 좋다. 새롭게 배우고 깨닫게 된 것은 글로 남기고 싶어진다. 글을 쓰다 보면 나의 막연했던 생각과 감정, 욕망이 조금씩 문장으로 표현된다. 신기하게도 문장을 쓰고 나서야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 그래서 글쓰기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삶의 능력이다.


둘째로, 내게는 신앙에 기반한 삶의 기준이 있다. 나는 인생이 정의와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곳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조금은 오그라든다. 인격도, 능력도 부족한 것 투성이고, 나 역시 믿음대로 살지 못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늘 준비되어 있다. 나는 믿는대로 살고 싶고, 그래서 오늘도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내게는 가족이 있다. 아내와 아들은 나를 실컷 웃게 한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도, 가족 곁에서 위로와 회복을 얻는다. 아내와 아들이 함께라면 길바닥에 나앉아도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와 형제들은 내 든든한 뒷배다. 어려움이 있을 때 긴 말 없이 손을 내미는 가족들에게 늘 고맙다. 피가 물보다 진한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가족은 내 삶에서 가장 진한 존재이다.


정지우 작가는 사람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의 모습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매 시대, 매 세대, 매번의 탄생마다 그렇게 자기의 삶을 발굴해나가야 한다. 정체성, 꿈, 자아, 사랑, 일, 그 모든 것에서 자기에게만 어울리는 어떤 조합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롤 모델이 아니고, 어느 정도 부분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샘플들이다. 이런저런 샘플들을 구경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결국 자기만의 ‘정품’인 삶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멋지다고 여겼던 스타트업 대표의 삶도 매력적인 샘플 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도 나는 누군가의 샘플 인생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때로는 열등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갈 ‘정품’의 삶은 동경해왔던 누군가의 인생이 아니라, 내가 원하고 반복하는 선택들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거지?” 라는 질문에 조금씩 답하며 살아왔다. 읽고 쓰며 나를 발견하는 삶. 믿는 가치를 따라 살아보려 애쓰는 삶. 가족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 돈이 모두 사라져도 나는 다시 이 삶을 선택할 것 같다. 오랜 시간에 걸쳐 내가 만들어 온, 나만의 ‘정품’ 인생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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