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아이(境界の子) - 16화
차단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중장갑 포격음과 전자기 마찰음이 돔 내부의 정적을 사납게 짓눌렀다. 중앙의 ‘차원 분리 장치’가 발산하는 투명한 오로라는 거대한 광채를 내뿜었지만, 결코 완벽한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은빛 데이터 코어 표면 위로 보랏빛 시스템 교란 스파크가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노인의 오버클럭 해킹 릴레이를 무력화하려는 사이트릭스 메인프레임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돔 천장을 뒤덮은 투명 유리창들이 진동하며 카랑카랑한 비명을 질렀고, 공기 중에는 전기 스파크와 타버린 데이터 오존 냄새가 짙게 진동했다.
“크윽…!”
차단문 레버를 결착시키던 블라인드가 가슴을 틀어쥐며 비틀거렸다. 그의 아바타 전신에서 주황색 결착 실선들이 사분오열 깨져나가며 붉은 시스템 오류 문자가 발작하듯 점멸했다.
“블라인드 님!”
세호가 황급히 그를 부축하려 다가가자, 블라인드가 손을 들어 저지했다.
“오지 마십시오, 세호 씨…! 내 아바타의 연산 코어가 외부 포격에 이미 직접 노출되었습니다. 시스템 지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블라인드는 피범벅이 된 입술을 비틀며 돔 입구의 기계식 강철 빗장을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고정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오던 주황색 실선들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픽셀 단위로 마모되어 가고 있었다.
“노인님이 밖에서 놈들의 메인 연산 코어를 붙잡아두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 성준이라는 자가… 곧 이 차단벽을 부수고 들어올 겁니다.”
한편, 케어는 차원 분리 장치 하부의 생체 안정대 위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마리의 이마를 짚었다.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주황색 바이탈 포인터 광선이 마리의 척추 라인을 따라 정밀하게 감쌌지만, 마리의 배 속에서 솟구치는 푸른 맥동은 이미 시스템의 기본 연산식을 까마득히 넘어서는 폭발적인 파동을 내뿜고 있었다.
“마리 님, 제 눈을 보세요! 절대로 의식을 잃으시면 안 됩니다!”
케어의 목소리는 절박하면서도 단단했다.
“세호 씨, 마리 님의 왼손을 꽉 잡으세요! 현실의 육체와 가상 아바타의 신경 동기화율이 89%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대로 아이의 태동이 가속되면 출산이 시작되기도 전에 마리 님의 뇌세포가 과부하로 먼저 탄화합니다!”
세호는 망설임 없이 마리의 옆으로 달려가 그녀의 차가운 손을 바짝 잡았다. 그 순간, 현실 인쇄소 침대에 누워있을 진짜 육체의 옆구리에서 밀려오는 환상통이 다시 한번 칼날처럼 세호의 뇌세포를 갈가리 찢어발겼다. 세호의 망막 위로 [CRITICAL ERROR]라는 붉은 잔상이 잔인하게 점멸하며 시야를 가렸지만, 세호는 이를 악물며 마리의 손을 놓지 않았다.
“걱정 마요, 마리 씨… 내가… 내가 옆에 있어요. 내 손을 꽉 잡아요!”
“세호… 씨… 아이가… 아이의 생체 파동이 장치와 공명하고 있어요…”
마리가 하얗게 질린 입술로 신음했다. 그녀의 배 위로 흐르는 푸른빛 생체 파동은 이제 돔 내부의 순백색 벽면에 수억 개의 은빛 코드를 아로새기며, 차원 분리 장치의 중앙 코어와 불꽃을 튀기며 기형적으로 동기화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그때, 돔 입구의 육중한 강철 차단문 한복판이 보랏빛 고주파 타격음과 함께 거대하게 뒤틀렸다. 단단한 강철 표면이 물리 법칙을 비웃듯 픽셀 단위로 녹아내리며 칠흑 같은 무의 공백이 뚫렸다.
“크아아악!”
차단문을 몸으로 지지하고 있던 블라인드의 몸 전체로 보랏빛 전자기 스파크가 사납게 쇄도했다. 블라인드의 아바타가 사분오열 깨져나가며 가슴 한복판에 거대한 사선 구멍이 뚫렸다.
“블라인드 님!” 세호와 케어가 절규했다.
블라인드는 피처럼 흘러내리는 푸른 데이터 입자를 사방으로 흩뿌리면서도 마지막 결착 실선을 쏘아 올렸다. 주황색 실선들이 뚫린 차단문 틈새로 달려들던 중장갑 에이전트 수 명의 목을 무자비하게 감아쥐었고, 놈들의 연산 코어를 과부하시켜 함께 소거시켰다.
“세호 씨… 마리 씨를… 저 아이를 지키십시오…”
블라인드의 마지막 유언이 공중으로 휘발함과 동시에, 그의 아바타는 은빛 가루로 산산이 부서지며 서서히 완전히 소멸했다.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차단문 파편을 짓밟으며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얼굴 절반의 픽셀이 흉측하게 뭉개지고 보랏빛 오류 스파크를 화염처럼 내뿜는 성준이었다. 그의 손에는 시퍼런 궤적을 그리며 기분 나쁜 고주파음을 내뿜는 단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가상의 무기가 아니었다. 사이트릭스가 시스템 내의 치명적인 오류와 불완전한 데이터를 영구히 소거하기 위해 ‘그레이’ 최상위 집행자에게만 부여한 차원 소거용 고주파 형광 단검이었다. 단검의 날이 스치는 공기 표면마다 0과 1의 데이터가 잘게 갈려 나가며 섬뜩한 기계 파열음이 울렸다.
“결국 여기까지 도망쳐 들어왔구나.”
성준의 서늘하고 비정한 목소리가 순백의 돔 내부를 울렸다.
“블라인드까지 버림돌로 삼아가며 이 차원 분리 장치 앞까지 기어오다니. 참으로 끈질긴 벌레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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