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본다는 것
기획자로서 솔직히 말하면, 19년이라는 시간 동안 게임 시스템과 밸런스를 만지며 살아오다 보니 일종의 지독한 직업병이 생겼습니다.
카페에 앉아 창밖으로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볼 때나, 대형 마트에서 카트를 끌며 동선을 고르는 사람들을 볼 때면... 자꾸만 머릿속에서 투명한 숫자와 그래프가 그려지곤 하거든요.
'저 사람의 현재 피로도 수치는 얼마나 될까?'
'이 마트의 진열 방식은 어떤 동선(UX)을 유도하고 있는 걸까?'
'지금 저 온라인 게임인이 매일 아침 지옥철을 견디게 만드는 핵심 보상(Core Reward)은 무엇일까?'
같은 생각들 말입니다.
강산이 두 번쯤 바뀔 시간 동안 모니터 앞에서 제가 해온 일은 겉보기엔 그저 차가운 숫자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캐릭터가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데 걸리는 시간, TTK(Time To Kill)를 소수점 단위로 깎아내고.
유저들이 너무 강해져서 콘텐츠가 소모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방어력 공식(EHP)을 비틀고.
게임 내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일들.
엑셀 시트 위에서 끝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완벽한 통제를 꿈꾸었죠.
하지만 수백 번의 패치와 업데이트를 거치며 뼈저리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만지고 있던 건 결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저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깎고 다듬고 있었던 셈입니다.
유저들은 기획자의 의도대로만 예쁘게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보상이 1%만 줄어도 게시판이 폭발할 듯 분노하고, 시스템의 아주 작은 빈틈이라도 발견하면 기가 막히게 파고들어 이득을 취합니다.
그들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고 통제하려다 실패하며 막막함에 머리를 쥐어뜯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