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빵을 먹던 미국 교환학생 회고록 2

호스트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by캐롤

"우리는 너의 호스트가 아니야"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호스트가 아니라고? 분명 한국에서 전화를 걸었을 때, 짧은 영어로 내 호스트가 맞느냐고 물어봤을 때, 그들은 "예스"라고 답했었다.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아니, 설령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한들 어른들의 사정인 데다가 영어가 짧아서 다 알아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낯선 미국 땅에 떨어져 아침부터 공항을 누비고, 환승 비행기를 놓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여기까지 오며 숱한 해프닝을 겪은 터라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일단 허락을 구하고 한국에 있는 부모님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집에 잘 도착했다고 말씀을 드리자 엄마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셨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말은 아직 꺼내기도 전이었다.


"엄마, 여기가 내 호스트 집이 아니래.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여기서 사흘 자고 나면 내 코디네이터가 와서 데려갈 거라는데, 그 코디네이터도 지금 옐로스톤으로 여행을 가서 집에 없대."


지금 다시 복기해 봐도 하나하나 주옥같은 상황이었다.


1. 호스트인 줄 알았던 사람들은 호스트가 아니었다.

2. 코디네이터라는 사람이 나를 데리러 올 예정이다(즉, 나의 호스트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3. 그런데 그 코디네이터조차 옐로스톤으로 여행을 떠나 부재중이다.


그 후 사흘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저 TV 리모컨을 돌리며 영화 채널만 멍하니 바라봤던 것 같다. 간단한 일상어들은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조금만 설명이 길어져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뭔가 스토리가 있는 화면을 보는 게 나았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기 때문에. 뭐라도 보면서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다.


게다가 그 집에는 내가 잠시 있을 방조차 없었다. 나는 문도 없는 거실 소파에 짐을 풀고 사흘을 버텨야 했다. 전혀 모르는 타인의 집에서, 문도 없는 거실의 소파에서 자고 사람들이 다 나간 사이에 샤워를 하고 다시 쥐 죽은 듯이 볼륨을 낮추고 TV를 보거나 한국에서 가져간 바카라을 읽었다. 그렇게 최대한 숨어있는 듯, 존재하지 않는 듯 지내다가 어느 날 머리 산발을 한 어떤 여자가 집에 왔다. "하이! 아이 앰 샌들리. 하우 알 유?"


마침내 그 집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이었다. 이제야 얘가 가는구나-라는 안도의 미소를 짓는 스미스 부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는 샌들리의 차에 올라탔다. 낡고 색이 바랠 대로 바랜 뷰익 밴이었다. 깨끗하게 관리된 가죽 시트의 스미스네 차와는 완전히 다른, 먹다 만 과자 봉지와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가디건 따위가 뒷좌석에 널려 있었다. 그 밴에 캐리어를 싣고 우리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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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던 한영 동시통역사입니다. 인하우스 통역사로 금융권에서 일하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통역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고 공감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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