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은 AI 에이전트가 등장한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배우고 활용해왔습니다. 이제는 팀원 각자가 거의 모든 업무에 에이전트를 사용합니다. 팀 문화로 내재화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단일 결과물 만들기에서 워크플로우 자동화로 흐름이 넘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사용의 수준이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단계마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다릅니다.
많은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거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를 쓰는 것과 생산성이 오르는 것 사이에는 몇 단계의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1단계. 단일 결과물 만들기
처음에는 대부분 결과물 하나를 만드는 데 씁니다. 재미도 있습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원하는 게 바로 나오니까요. 대시보드, HTML 페이지, 보고서 초안. AI에게 무언가를 요청해 받아내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는 사실 큰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대시보드나 HTML 페이지는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이고, 정작 그 작업에 필요한 로우 데이터는 여전히 사람이 시간을 들여 만들기 때문입니다. 결과물은 그럴듯해졌지만, 일의 총량은 크게 줄지 않습니다.
2단계. 워크플로우 자동화
생산성 향상은 다음 단계에서 시작됩니다. 각자 담당하는 업무를 태스크 단위로 잘게 쪼개고, 그 흐름을 에이전트로 연결하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이력서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면접관 일정과 회의실을 확인해 면접 일정을 확정하고, 지원자에게 안내 메일을 보내는 흐름을 하나로 자동화합니다. 또는 여러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를 자동으로 추출하고 통합해, 원하는 양식의 로우 데이터로 만들어주는 흐름을 자동화합니다. 1단계에서 사람이 시간을 쏟던 바로 그 부분이 여기서 줄어듭니다. 에이전트를 활용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은 이 단계부터 나타난다고 보면 됩니다.
3단계. 에이전트 자산화
다음은 무엇일까요. 한 사람이 만든 것을 팀 전체가 쓰고, 표준이 되는 단계입니다. 2단계까지가 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과정이라면, 3단계부터는 조직의 생산성으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1단계와 2단계는 똑똑한 개인이 혼자 넘을 수 있지만, 3단계는 혼자 넘지 못합니다. 자기가 만든 것을 공유할 동기가 있는가. 그 표준을 누가 관리하는가. 잘 만든 사람이 제대로 인정받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에이전트가 많아도 그저 개인의 도구로 흩어진 채 남습니다.
결과물에서 자동화로, 자동화에서 자산화로. 에이전트 활용 수준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달라집니다. 개인의 생산성은 2단계 자동화에서 나오고, 조직의 생산성은 3단계 자산화에서 나옵니다. 특히 3단계는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유와 인정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좋은 도구는 개인이 만들지만, 그것이 조직의 자산이 되게 하는 일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