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리테일미디어(RMN) 전략 분석 및 브랜드 핵심 고려사항 3가지
올리브영의 온·오프라인 광고 사업을 총괄하는 김진석과 자사 고객 데이터(1P 데이터) 분석을 맡은 김아람이 한 무대에 올랐다. 모비데이즈 이지원 마케터가 던진 11개의 질문에 두 사람이 답하는 좌담회였다.
화면에 뜬 성과 지표는 명확했다. 월 사용자 1,000만 명, 매장 1,390개, 2,000만 건의 진짜 고객 데이터(구매·검색·이용 행태), 그리고 광고비 대비 10배의 매출(ROAS 1,000%)을 달성했다는 수치였다. 광고를 통해 만들어진 주문액 역시 작년 2,300억 원에서 올해 6,000억 원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작년이 가능성을 확인한 해였다면, 올해는 판을 더 키우는 해라는 뜻이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성과를 눈으로 측정할 수 없는 광고판은, 아무리 좋아 보여도 두 번 쓰기는 망설여진다." 그래서 올리브영은 광고 자리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광고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통합 어트리뷰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옳은 진단이다. 하지만 이 말은 반대로도 해석할 수 있다. 광고 성과가 눈에 찍히기 시작하면, 브랜드는 광고를 끊기가 어려워진다.
이 세션에서 가장 값진 대목은 상품 소개가 아니라 김진석 총괄이 후발 주자에게 건넨 조언이었다. 네 가지였는데, 교과서적인 정리라기보다 시행착오를 겪어본 쪽이 추린 목록에 가까웠다.
첫째는 밸런싱이다. 리테일의 본질은 고객이 사고 싶은 상품과 좋아하는 브랜드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고, 그래야 광고 사업도 가능하다. 그래서 MD가 상품을 밀기 위해 쓰는 구좌형 광고와, 수익화를 목적으로 하는 리테일미디어 네트워크 광고는 성격이 다르며, 이 둘의 비중을 전략적으로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데이터다. 2,000만 회원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전부 쓸 수는 없다. 광고 사업에 활용하려면 그에 맞는 약관이 있어야 하고, 약관 안에서도 별도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셋째는 순서다. 제반 사항을 갖췄더라도 내부 역량만으로 광고 사업을 곧장 시작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었다. 외부 파트너와 함께 시작해 정량 지표를 점검하고 PoC를 거친 뒤 내재화를 도모하라고 권했다.
넷째는 조직이다. 광고 사업이라고 하면 테크 조직과 컨설팅 조직만 떠올리기 쉽지만, 정보보안과 법무의 역할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며 사업 초기부터 TF든 교차기능팀이든 협업 구조를 먼저 만들어두라고 했다.
네 가지 모두 유통사 입장에서는 곧바로 쓸 수 있는 조언이다. 그런데 이 조언은 철저히 파는 쪽의 관점에서 정리돼 있다. 광고비를 내는 브랜드 입장에서 같은 사업을 보면,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의 목록이 달라진다.
인스토어 미디어는 체류 시간, 구매 근접성, 체험 가능성, 상권 데이터를 강점으로 갖는다. 구매 직전 노출에서 결제까지 바로 연결되는 동선은 매체로서 치명적인 매력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치명적인 한계다. 방문객 수와 지출 규모가 이미 제한된 상황에서 결제 직전의 광고가 바꾸는 것은 시장 총량이 아닌 브랜드 간 배분일 뿐이다. A 브랜드가 노출을 선점하면 B 브랜드의 몫이 줄고, B가 상쇄 광고를 집행하면 판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달라진 것은 양사의 증가한 광고비뿐이다.
이 구조적 한계는 배달 플랫폼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배달의민족이 광고 중심으로 노출 순위를 개편하자, 점주들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광고를 구매해야 했다. 광고주 주체가 영세 자영업자든 기업 브랜드든, 노출이 광고비에 종속되는 순간 광고는 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닌 패배를 막기 위한 ‘방어 비용’이 된다.
김 총괄은 예정에 없던 이야기라며 계획 하나를 꺼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넷플릭스처럼 올리브영에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에도 매장 광고를 팔겠다는 것이다. 밖에서 돈을 끌어오는 셈이니 제로섬이 풀리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계획은 같은 무대에서 제시된 다른 설명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이 사업의 프리미엄은 구매 의도를 가진 고객이 방문하는 채널이라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광고를 실을 곳이 아니라 광고를 보고 구매할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문장이 코어 슬라이드에 그대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뷰티와 헬스 상품을 사러 온 고객에게 냉장고와 스트리밍 구독을 노출하는 순간, 그 프리미엄의 근거가 사라진다. 남는 것은 목 좋은 자리에 사람이 많이 지나간다는 사실뿐이고, 그것은 이 회사가 슬라이드에서 한계로 지목한 일반 옥외광고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측정도 같은 문제에 걸린다. 올리브영 DOOH의 차별점으로 제시된 것은 회원 데이터로 매장별·시간대별 오디언스를 특정하고 노출에서 POS 구매까지 이어 측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올리브영에서 팔지 않는 상품에는 이 측정이 성립할 수 없다. 미입점 브랜드에게 파는 지면은, 이 회사가 유일한 차별점으로 내세운 바로 그것이 빠진 지면이 된다.
지면의 출처도 따져볼 문제다. 매장 안의 화면 수와 고객의 주의는 유한하다. 외부 브랜드의 광고가 들어오면 입점 브랜드가 쓸 수 있는 자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밖에서 파이를 키우는 대가로 안에서는 경쟁이 더 빡빡해지는 구조이고, 입점 브랜드가 느끼는 압력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커진다.
ROAS 1,000%는 강한 숫자다. 그러나 이 지표가 답하는 질문은 광고를 본 사람이 얼마를 샀느냐이지, 광고가 없었다면 사지 않았을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가 아니다. 앞의 것을 귀속이라 부르고 뒤의 것을 증분이라 부른다. 리테일미디어에서 둘의 간극이 특히 크게 벌어지는 이유는 이 매체의 자랑거리와 정확히 겹친다.
발표는 올리브영의 강점을 구매 의도를 가진 고객이 방문하는 채널이라고 정리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구매 의도를 이미 가진 고객은, 광고가 없었어도 상당수가 샀을 고객이기도 하다. 사려고 앱을 켠 사람에게 그 상품을 보여주고 성과를 귀속시키면 ROAS는 높게 나온다. 매체가 정직해서가 아니라 측정 지점이 결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지적은 올리브영만의 문제가 아니라 리테일미디어 전반의 구조적 특성이고, 그래서 세 번째 숙제로 제시된 MMM이 중요해진다. 미디어 믹스 모델링은 개별 클릭을 좇는 대신 매체별 기여를 통계적으로 분리하려는 접근이라, 귀속과 증분의 간극을 좁히는 데 쓰인다. 발표에서 MMM은 구축 예정 단계로 표기됐다. 통합 어트리뷰션과 오프라인 구매 전환은 구축 중이다.
DOOH 비교 슬라이드는 솔직했다. 일반 옥외광고는 유동인구 추정치로 과금하고, 누가 봤는지 알 수 없으며, 구매와 연결할 수 없고, 크리에이티브가 고정돼 있다. 반면 올리브영은 회원 데이터로 매장별·시간대별 오디언스를 특정하고 노출에서 POS 구매까지 측정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괄호가 하나 붙어 있다. 도입 예정.
즉 지금 판매되는 것은 측정된 성과가 아니라 측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스토어와 옥외를 묶은 패키지는 이미 팔고 있고, 프로그래매틱 전환은 내년 목표다. 브랜드 입장에서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측정이 붙기 전까지 이 지면의 단가는 무엇을 근거로 매겨졌는가.
그리고 화면 자체의 비용이 있다. 매장 안에 디스플레이가 늘어나면 전력과 발열, 그로 인한 냉방 부하와 유지보수가 따라온다. 이 부담은 광고주도 브랜드도 아닌 매장이 진다. 중심 상권 대형 매장에서는 흡수되겠지만 모든 점포가 같은 조건은 아니다. 결정의 순간에 가장 가까운 지면이라는 설명은 매체 판매자의 언어이고, 같은 자리를 고객의 언어로 옮기면 이미 살 것을 정하고 들어온 사람 앞에 화면이 하나 더 켜지는 일이다. 그 화면이 무엇을 바꾸는지는 아직 공개된 데이터가 없다.
이 사업의 방향 자체를 의심할 이유는 없다. 고객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데 광고와 성과 측정만 한쪽에 갇혀 있는 것은 오래된 결함이고, 올리브영은 그 결함을 정면으로 붙들었다. 김진석 총괄이 퍼포먼스 마케터 시절 반쪽짜리 성과 리포트를 만들며 아쉬웠다고 말한 대목은 실무자라면 누구나 아는 감각이다.
다만 결론 슬라이드의 문장은 곱씹을 필요가 있다. 좋은 브랜드와 좋은 제품만 있으면 나머지는 올리브영의 RMN이 한다는 선언이다.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브랜드 입장에서 이 문장은 나머지를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채널과 데이터와 측정을 한 사업자가 모두 쥐면, 그 측정의 결과를 검증할 제3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 발표를 본 브랜드 마케터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결국 세 가지다.
이 광고가 아니었다면 결코 오지 않았을 매출은 얼마인가. 우리가 이 자리를 사지 않았을 때, 경쟁사가 빼앗아 가는 구조인가 아니면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지는 구조인가. 그리고 성과를 증명하는 주체와 광고를 파는 주체가 같을 때, 우리는 무엇으로 그 숫자의 진위관계를 대조할 것인가.
유통사가 무대 위에서 던진 조언만큼이나, 광고비를 치르는 브랜드가 스스로 답해야 할 숙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