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OpenAI의 호언장담은 진짜일까?
OpenAI 이동재 어카운트 디렉터는 일본 가나자와의 한 오마카세 식당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메뉴판도 없이 셰프가 그날의 재료, 날씨, 심지어 손님의 표정과 몸 상태까지 살핀 뒤 알아서 맞춤 요리를 내어주는 곳이다. 손님은 수십 가지 메뉴를 비교하는 수고 대신, 자기 상황만 이야기하고 셰프에게 결정을 맡긴다. 지금까지 극소수만 누리던 이런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이제 AI가 일상의 모든 선택으로 넓히고 있다는 게 그의 오프닝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의 검색 습관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우리가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할 때는 보통 단어 서너 개만 툭툭 던진다. 하지만 ChatGPT에서는 "나 이번 주말에 친구들과 캠핑 가는데 비 올 때 쓰기 좋은 타프 추천해 줘"처럼 목표와 제약 조건을 함께 말하는 대화형 질문이 자리를 잡았다. 실제 회사 내부 데이터를 보면 단어 몇 개로 검색하는 비율은 10%도 안 된다. 대화의 20%는 무언가를 사고 싶어 하는 의도를 담고 있고, 주간 사용자(WAU)는 10억 명을 막 넘어섰다.
이어서 발표자는 ChatGPT가 소비자의 모든 구매 여정을 한 번에 커버하는 최초의 '풀퍼널(Full-Funnel)' 플랫폼이라고 주장했다. 쇼핑 관련 질문을 뜯어보면, 뭘 사야 할지도 모르는 '문제 정의 단계'가 5%, 선택지를 찾아 나서는 '탐색 단계'가 31%, 몇 개를 놓고 고민하는 '비교 단계'가 22%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구경만 하는 SNS나 마지막 결제 버튼만 노리는 기존 검색창과 달리, 고민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움켜쥐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이 모든 과정이 '단 한 번의 대화' 안에서 압축되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식당에서 "배는 고픈데 매운 건 못 먹어요"라고 징징대던 손님이, 점원과 몇 마디 주고받더니 그 자리에서 결제까지 마치는 꼴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마케팅의 판도가 바뀐다. 인스타그램에서 브랜드를 알리고(인지), 구글 검색으로 유인해(탐색), 쇼핑몰에서 결제하게 만드는(전환) 복잡한 단계들이 하나의 채팅창 안으로 접혀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 이어진 베스트바이, 피그마, 비스타프린트, 허브스팟 사례를 모두 보여준 뒤, 발표자는 뼈 있는 한마디를 스스로 덧붙였다.
"사실 방금 보여드린 지표들은 전부 구매 여정의 중간 단계(미드 퍼널) 성과입니다."
처음부터 결제까지 다 해결해 주는 '풀퍼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막상 손에 쥐어준 성적표는 소비자가 고민하고 비교하는 중간 단계에 쏠려 있다는 뜻이었다. 당장 구매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마법의 치트키 수준까지는 아직 못 갔지만, 최소한 소비자가 망설이는 바로 그 순간에 가장 강하게 개입하는 '설득의 공간'이라는 게 현재 OpenAI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다.
실제로 사례들을 뜯어보면 대부분 '클릭률' 이야기였다. 전자제품 매장 베스트바이와 디자인 도구 피그마 모두 기존 검색 광고보다 높은 클릭률을 기록했다.
사실 클릭률이 높은 건 당연하다. 애초에 "노트북 추천해 줘" 하고 구매 의욕이 충만한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이니 클릭을 잘 누를 수밖에 없다. 진짜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어차피 살 마음이 100%였던 사람에게 광고를 보여주고 "우리 광고 덕분에 샀네!"라고 생색내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미 사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성과를 돌리는 걸 '귀속'이라 하고, 광고를 안 줬으면 절대 안 샀을 사람을 설득해 사게 만든 진짜 알짜배기 성과를 '증분(Incremental)'이라 부른다.
네 곳 중 실제로 결제까지 이어진 지표(전환 지표)를 공개한 건 허브스팟 한 곳뿐이었다. 기존 광고 대비 손색없는 고객 획득 비용(CPA)이 나왔고, 발표자는 이를 근거로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례 하나로 전체를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파일럿 단계의 자료로는 이 정도가 자연스럽다.
인쇄/홍보물 제작업체 비스타프린트의 사례도 흥미롭다. 단순 상품 설명 대신 "새 매장 오픈할 때 필요한 홍보물"처럼 구체적인 상황(유스케이스) 중심의 문구를 썼더니 대박이 났다. 발표자는 유입의 대부분이 '신규 방문자'였다는 점을 빨간 글씨로 강조하며, 마케터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증분(인크리멘탈리티)'을 언급했다. 매번 오던 단골이 아니라 진짜 새로운 손님을 끌어오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새로운 손님이 많이 들어왔다고 해서 그게 전부 광고 덕분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새 채널을 열면 어디든 초반에는 신규 방문자 비율이 높게 찍히게 마련이다. 기존 광고판에서 만난 적 없는 사람이라는 뜻일 뿐, 이 사람들이 '광고를 안 봤어도 어차피 찾아서 왔을 사람'인지 '광고 덕분에 마음을 바꾼 사람'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 특히 ChatGPT처럼 자발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지면에서는 이미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진짜 '광고 때문에 늘어난 매출'을 확인하려면 정교한 실험 체계가 필요하다. 한쪽 그룹에만 광고를 보여주지 않거나(대조군 설정), A 도시에만 광고를 틀고 B 도시에는 안 틀어본 뒤 매출 차이를 비교하는 식이다. 이번 발표에서 이런 실험 기법까지 언급되진 않았다. 물론 OpenAI가 시스템을 빠르게 고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기능이 추가될 수도 있지만, 그전까지는 광고주가 직접 돈을 들여 이 실험 체계를 짜야한다.
사실 발표자가 이러한 성과와 숫자를 자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플랫폼의 원칙'이었다. 대화형 AI 지면에 광고가 들어설 때 사용자가 느낄 거부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원칙은 명확했다. 광고를 받는다고 해서 ChatGPT의 답변이 왜곡되지 않는다는 것, 대화 내용이 광고주에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 데이터 주권은 사용자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단기 수익보다 신뢰를 우선한다는 약속이다. 실제로 광고는 답변과 분리된 영역에 표시되고 '스폰서(Sponsored)' 마크가 붙는다. 정신 건강처럼 취약한 상황의 대화나 민감한 카테고리는 AI 분류기와 사람이 이중으로 걸러낸다.
이 약속을 당장 의심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 원칙이 어떤 조건 위에 서 있는지는 함께 볼 만하다. 샘 올트먼은 2024년 가을만 해도 "AI에 광고를 섞는 건 불편하다"라고 했다가 입장을 바꿨다. 회사는 2025년에 130억 달러를 벌었지만 210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게다가 2025년 초 87%에 달하던 웹 트래픽 점유율은 2026년 3월 57% 아래로 떨어졌고 그 자리를 구글 제미나이가 치고 들어왔다. 초기 60달러에 달하던 광고 단가(CPM)도 떨어지는 추세다.
원칙을 어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원칙을 지키는 데 드는 비용이 지금 이 회사에게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핵심은 "우리를 믿어달라"는 말만으로 부족하고 "믿을 수 있게 검증해 줄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광고가 진짜 답변에 영향을 안 주는지 사용자가 확인할 길은 없다. 광고주는 결과 리포트만 받고, 사용자는 '스폰서' 글자만 볼 뿐이다. 그동안 광고주들에게 "눈으로 측정할 수 없는 건 믿지 마라"라고 가르쳐 온 광고 업계가, 과연 AI 플랫폼의 말만 믿고 수억 원의 돈을 선뜻 던질 수 있을까? 대화형 광고 시장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발표의 마무리는 ChatGPT 광고 지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었다. 이동재 디렉터가 현장 마케터들에게 강조한 팁은 명확했다.
우선 대화가 이어지는 지면의 특성상 "우리 브랜드가 최고"라는 식의 단순 자랑형 문구는 힘을 쓰지 못한다. 대신 "사용자의 이러한 불편을 깔끔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같은 문제 해결형 문구를 제시할 때 성과가 현저히 높았다는 설명이다.
광고 소재 역시 다다익선이라고 권고했다. 특정 키워드 몇 개에만 갇히지 말고 연관 주제, 구체적인 활용 상황(유스케이스), 고객이 고민하는 여정의 다양한 단계까지 넓게 커버하도록 소재를 넉넉히 등록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스타프린트가 단순 인쇄 서비스 대신 "기업 행사용 전단지"처럼 구체적인 상황을 찌르는 소재로 바꿔 성과를 낸 사례가 좋은 예다.
이 지점에서 하나 덧붙이고 싶은 제안은, 첫 캠페인을 설계할 때 '증분 검증'을 처음부터 세팅하라는 점이다. 예산 전체를 그대로 부어버리기보다 일부 집단이나 지역에는 광고가 나가지 않도록 막아두고(대조군 설정) 실제 매출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클릭률이 높게 나올 것은 뻔하다. 진짜 확인해야 할 핵심은 "이 클릭이 없었다면 매출이 과연 얼마나 줄었는가"이다.
가나자와의 오마카세 식당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 식당이 성립할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뛰어난 요리 솜씨만이 아니다. "셰프가 오직 나만을 위해 최선의 음식을 내어줄 것"이라는 손님의 단단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대화형 AI 광고 역시 바로 이 '신뢰'라는 외줄 위에 서 있다.
하지만 오마카세 식당과 AI 플랫폼 사이에는 치명적인 차이가 하나 존재한다. 식당 셰프는 오직 식사를 즐기는 손님에게만 요릿값을 받는다. 반면 AI 플랫폼은 손님을 응대하는 동시에, '오늘의 추천 메뉴' 옆자리를 기업들에게 돈을 받고 판다.
손님이 내는 이용료와 기업이 지불하는 광고비, 이 두 돈 줄기가 섞이는 구조 속에서 AI의 추천이 왜곡되지 않는다는 약속을 우리는 무엇으로 확신할 수 있을까?
광고주가 "이 광고가 정말 돈값(증분)을 하는가"라고 따져 묻는 일과, 사용자가 "이 AI 답변이 돈 받고 띄워준 건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일은 별개의 질문이 아니다. 결국 'AI의 추천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본질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