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얼굴, 같은 외로움과 사랑
작품명|WE ARE ONE & THE SAME
작가|이키드로우 IKI.D.RAW / 송제익
제작연도|2026
재료|Oil pastel and acrylic pen on canvas
크기|53 × 45.5 × 1.5 cm
쌍쌍바를 반으로 가르면 두 개가 된다.
분명 하나였는데,
손에 나누어 쥐는 순간
각자의 모양을 가진
각각의 하나가 된다.
하나는 내 것이 되고,
하나는 네 것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뉘었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것이 되는 건 아니다.
처음부터 하나였고,
같은 온도 안에서 얼어 있었고,
같은 시간 속에서 녹아간다.
겉으로는 둘이지만,
어쩌면 여전히 하나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 그림을 그리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생김새도 다르고,
말투도 다르고,
상처받는 방식도 다르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감정을 크게 드러내고,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마음을 숨긴다.
어떤 사람은 괴물처럼 소리치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떨고 있다.
겉으로 보면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존재처럼 보인다.
그래서 쉽게 오해한다.
나와 다르게 말하는 사람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나와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을 예민하다고 여기고,
나와 다르게 사랑하는 사람을 차갑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당연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다는 것.
누구나 이해받고 싶어 한다.
누구나 버려지고 싶지 않아 한다.
누구나 사랑하고 싶고,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한다.
다만 그 마음이
서로 다른 모양새로 밖으로 나올 뿐이다.
어떤 외로움은 큰소리를 치며 튀어나오고,
어떤 외로움은 침묵 속에 남겨진다.
어떤 사랑은 자꾸 다가가려 하고,
어떤 사랑은 상대에게 상처를 줄까 봐
멀찍이 서 있는다.
서로 완전히 다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같은 마음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쌍쌍바는 녹아야 섞인다.
단단히 얼어있을 때는
여기까지가 나이고,
저기부터가 너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녹기 시작하면
경계는 조금씩 흐려진다.
내 색이 네 쪽으로 흘러가고,
네 색이 내 쪽으로 번진다.
관계도 그런 것 같다.
함께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조금씩 녹아가는 일에 가깝다.
내가 단단히 붙잡고 있던 생각이 조금 풀리고,
네가 감추고 있던 마음이 조금 드러나고,
서로의 외로움이 서로에게 닿는 일.
그렇게 우리는
완전히 같아지지는 않지만,
완전히 다른 형태로 남지도 않는다.
누군가에게 가까워진다는 것은
내 모양을 잃어가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내가 가진 경계가
조금 부드러워지는 일.
나와 다른 존재를 밀어내기 전에,
그 안에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일.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새로운 질문과 영감이 된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보지 못한 마음을 보게 되고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영향력 아래
각자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진다.
다만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 다름 아래에는
비슷한 외로움이 있고,
비슷한 두려움이 있고,
비슷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