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감정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아침에 사무실 문을 열 때, 내 얼굴이 어떤 상태인지 의식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저 어제의 숙취가 덜 풀렸거나, 오늘 처리할 골치 아픈 사건 때문에 미간이 조금 좁아져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보였다. 내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면 팀 전체에 정적이 흐르고, 내가 가볍게 던진 "좋은 아침" 한마디에 비로소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내 표정이 곧 우리 팀의 기상 예보였다. 내가 흐리면 팀원들은 우산을 챙기는 게 아니라, 비에 젖지 않으려 숨을 죽였다.
회의실에서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내가 팀원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지, 아니면 팔짱을 낀 채 시계만 보는지에 따라 그 친구의 한 달 치 열정이 결정되기도 한다.
점심시간은 또 어떤가. 내가 밥을 빨리 먹는지, 식사하며 무슨 말을 하는지에 따라 팀원들에게 그 시간은 진정한 휴식이 되기도 하고, 연장된 업무의 고역이 되기도 한다. 리더에게 점심은 한 끼 식사지만, 팀원에게는 리더의 눈치로부터 잠시 해방되는 '심리적 안전지대'여야 한다. 내가 숟가락을 놓는 속도가 누군가의 체기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 참 무겁고도 미안한 일이다.
결국 리더십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퇴근할 때 나누는 인사에 숨어 있었다. 오늘 하루 고생했다는 짧은 인정, 내일 웃으며 보자는 그 한마디가 팀원들에게는 오늘을 잘 버텼다는 안도감과 내일도 출근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준다.
내가 이런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란 걸 깨닫는 순간, 더는 내 기분이 내 것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리더라는 자리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팀원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주는 자리다.
내일 아침에는 문을 열기 전, 거울을 한번 더 봐야겠다. 적어도 나 때문에 누군가의 하루가 망가지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