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無爲),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배우 엄태구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수줍음이 많아 연기할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큐 사인이 떨어지면 그냥 한다고. 무서워도 해야 하니까 한다는 그 말이 한참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흔히 용기를 대단한 결단이나 강철 같은 의지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진짜 용기는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서라도 제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긴장해서 목소리가 갈라지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그 곤혹스러운 순간에도 '내게 주어진 큐'를 외면하지 않는 무모함. 사실 삶의 대부분은 그 무모함이 이끌어간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무위(無爲)를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흔히 이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본래의 뜻은 억지로 꾸미지 않고 순리대로 움직이는 것에 가깝다.
엄태구가 말한 '그냥 한다'는 감각은 노자가 말한 도(道)의 실천과 닿아 있다. 두려움을 없애려고 발버둥 치는 대신, 두려움이 내 안에 있음을 인정하고 그저 몸을 움직이는 것.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다.
道常無爲而無不爲 (도상무위이무불위)
도는 언제나 무언가를 억지로 하지 않으나, 이루지 못하는 바가 없다.- 《노자도덕경》 제37장
두려워서 못 하겠다는 말은 사실 '결과를 내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다'는 욕심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도는 억지로 하지 않는다. 그저 흐른다.
우리 삶도 그렇다. 심장이 뛰면 뛰는 대로, 겁이 나면 나는 대로 두어야 한다. 억지로 평정심을 가장할 필요도 없다. 그 떨림조차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그리고 이 일을 잘 해내고 싶어 한다는 정직한 신호일뿐이니까.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시작을 미루는 이들을 자주 본다. 하지만 틀려도 괜찮고, 목소리가 좀 떨려도 상관없다. 진짜 문제는 떨리는 게 아니라, 그 떨림 때문에 뒷걸음질 치는 것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를 억누르며 무대 위로 한 발을 내딛는 그 찰나의 순간. 노자가 말한 '이루지 못함이 없는 상태'는 바로 그런 정직한 발걸음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그러니 오늘 당신에게 큐 사인이 떨어진다면, 기꺼이 떨면서 시작하자. 무서워도 그냥 하자. 떨림은 결코 부끄러운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가진 가장 인간적인 용기의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