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는 처음이라 (3)

이거 긍정적인 답변 맞지?

by지안

여느 때처럼 메일함을 무한 새로 고침하고 있었을 때다. 거절 한 번에도 충격을 많이 받는 편이라, 한 번 투고 메일을 쓰고 나면 2-3주 정도는 마음을 추슬러야 다음 도전을 할 수 있었다. 유리멘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 번 투고하고 다시 고치고, 한 번 투고하고 다시 고치고, 몇 군데 투고하지도 않았는데 3-4개월이 금방 지나갔다.


그러던 2025년 5월의 어느 날. 메일을 보낸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이렇게 빨리 답장을 받은 건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혹시’하는 마음으로 ‘Re :’로 시작하는 메일 제목을 클릭했다. 그저 회신일 뿐일 수 있으니 제목만으로는 전혀 내용이 짐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메일의 첫 문장은 ‘이주현 작가님, 안녕하세요.’였다. 메일 안에는 구체적인 원고 피드백과 함께, 전체 원고를 조금 더 대대적으로 다듬어보지 않겠냐는 편집자님의 제안이 담겨 있었다. 중간중간 적혀 있던 ‘차분하면서도 솔직 담백한 문장’ 같은 표현들과, 첨부했던 온라인카지노 주소까지 직접 들어가 읽어보신 뒤 최애 에피소드를 꼽아주신 부분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싶어서.


투고응답.jpgDALL.E 생성 이미지


이거… 긍정적인 답변 맞지?

심지어 메일 내용을 그대로 챗GPT에 붙여 넣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이거 관심 있다는 뜻 맞아?”

“내가 너무 좋게 해석하는 건 아니지?”

이제 헛것까지 보이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썼다. 마음 같아서는 보내주신 내용에 모두 황송하게 "다 O.K.입니다!"라고 외치며 달려가 편집자님을 와락 안아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다. 대신 나의 떨림이 최대한 담기지 않게, 또 괜히 쿨한 척 담담하게 답장을 써 내려갔다. 제안 주신 방향에 동의하며,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말들을 최대한 차분하게 적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내 생각일 수도 있다. 아무리 괜찮은 척 해도, 그 흥분이 완벽하게 감춰졌을 리는 없을 테니까. 잇몸이 말라 입술에 달라붙어도 연신 웃음이 날 정도였다.


"스케일링보다 시원하고, 임플란트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꿈꿉니다."


호기롭게 던진 출사표에 응답을 받은 셈이다. 평소 같았으면 지레 걱정하며 끙끙 앓았을 텐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설렘이 더 앞섰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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