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금메달, 장재석이 묵묵히 걸어온 길

by구자훈

2012년 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대학 최고의 센터였던 장재석에게 많은 기대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습니다. 데뷔 시즌 평균 5.3점. 화려했던 출발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었습니다.


누구나 주인공을 꿈꿉니다. 특히 전체 1순위라면 득점하고 환호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재석은 긴 프로 생활을 거치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갔습니다. 리바운드와 수비, 몸싸움과 스크린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팀에 반드시 필요한 역할에 집중했습니다.


『슬램덩크』에서 변덕규는 화려한 기술을 가진 상대와 맞서는 채치수에게 ‘도미’가 되려 하지 말고 ‘가자미’처럼 진흙투성이가 되라고 말합니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빛날 필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로 팀에 기여하는 것, 장재석이 걸어온 길도 이와 닮았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쌓아온 장재석은 35세가 된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남자농구가 12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내 삶의 가치와 주도성을 찾아가는 과정도 이와 닮았습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성공의 기준을 좇기보다 지금의 나를 직시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과 방향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일찍 빛나고 누군가는 늦게 자신의 무대를 만납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평가와 기준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역할을 선택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쌓아가느냐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쌓아온 시간은 결국 나만의 무대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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