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이 난분분한 날엔
수건을 빨기에 좋다.
마당을 길게 가로지르는 빨랫줄에
방금 비누목욕을 마친 수건들을
죽 널어놓으면,
오렌지 빛 태양이 쏟아내는 따가운
바늘들이 수건에 결결이 내리 꽂힌다.
수건엔 햇살의 문신이 수놓아지고
바람은 바삐 비누향을 거둬간다.
벌과 나비의 방문을 맞이하고
바람의 수다를 엿들으며
수건은 짧은 오침을 즐긴다.
햇살의 빛이 오르락내리락
옷을 갈아입고,
붉은 띠를 두른 태양의 발길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면,
푸르른 저녁이 언덕 위로 모습을 내민다.
초저녁 밤의 기운이 스며들기 전에
서둘러 수건을 거둬들이고
바특하게 일어선 수건의 돌기에
손이 베이지 않도록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차곡차곡 접어 태양빛을 가둔다.
욕실의 서랍장 안엔 오렌지 빚
온기가 머물고,
가족들의 얼굴과 몸엔
가둬 둔 태양의 색과 향취가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