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아시(雨脚)

byGoodmorning

아마아시는 빗줄기, 빗발이라는 뜻의 일본어다. 이 단어의 조합이 참 재미있다.

雨(비우)와 脚(다리 각);비의 다리.


비가 내릴 때마다 나는 이 단어가

연상되고 수 천, 수 만개의 빗물의 다리가 세상을 향해 뻗어 내려오는 듯한 환상이 머릿속에 어른거린다.


때론 얇게, 혹은 굵게, 요란하게도 또는 사뿐하게도 내린다.


이 아마아시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여름은 빗물의 변주곡을 감상하기 좋은 시기이다.


먹색의 커다란 물풍선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소리는 웅장하고, 물풍선에 갇혔던 비의 다리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소리는 청량하다.


연주를 감상하며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만져보고 느껴본다. 손바닥을 간지럽히기도 세게 두드리기도 하는 진동은 형체는 없지만 소리에 맞춰 손바닥 안에서 춤추는 비의 발자욱들이다.


창문을 훑고 손바닥을 타고 떨어진 비의 다리들은 지면에 머물며 조금씩 몸을 가볍게 한 후, 다시 보이지 않는 수증기로 피어오른다. 그러고는 주변을 잠시 맴도는 듯하다가 순식간에 온몸을 끈적하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건조했던 피부의 결 사이사이에 빼곡히 스며들어 강력한 존재감을 촉각으로 느끼게 해 준다.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고, 손에 윤기를 입히고, 몸에 무게를 더한다. 몸 안의 열기는 가둬지고 숨결의 온도는 높아진다.

그렇게 아마아시는 어느새 나와 내 주변의 일부로 존재한다.


먹구름 속의 소리가 잦아들고 아마아시의 낙속(落速)이 느려지면 우리 부부는 무거워진 몸을 하나의 우산 속에 욱여넣는다.


우산 밖에서 어깨가 젖을까 서로의 몸을 딱 붙이고 빗줄기로 미끄러워진 거리를 향해 발을 내민다.


첨언; 아마아시(雨脚)의 한자는 脚(다리각)과 足(발족)이 겸용으로 쓰입니다. 雨足으로 써도 발음은 아마아시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빗발에 더 가깝죠. 잠시,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雨자에 脚(다리), 足(발)을 붙인 일어는 모두 인체친화적이고 우리말의 빗발과 빗줄기(나무줄기와 비슷함, 갈래)는 인체와 자연을 두루 아우르는 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