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만의 儀式(의식)

byGoodmorning

주말에만 집에 오는 아들을 위해

한 끼라도 내 손으로 만든 "집밥"을 해 주려고 애쓴다.

그래서 금요일 오전부터 혼자 마음이 들썩여 아들에게 톡을 보낸다.


"주말에 뭐 먹고 싶어?"


아무리 들여다봐도 카톡 숫자가 사라지지 않는다.


"아들~뭐 먹고 싶냐고?"


메인메뉴가 정해져야 구색 맞는 반찬으로는 뭘 낼지 궁리하고 필요한 재료를 준비할 수 있다.

장도 봐야 하는데 내 조바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의 답은 늦은 오후나 저녁때 즈음 "아무거나"라는 무심함으로 날아온다.

바쁜 건 알지만 훅! 화가 밀려온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남편은 전혀 이해를 못 하는 눈치이다. 그냥 나가서 먹으면 되지...라고 핀잔 아닌 한마디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은 결혼 전까지 "집밥"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두 분 모두 일을 하셔 외식이 일상이었고 성인이 된 후 결혼 전까지는 혼자 자취를 했다.


반면, 우리 집은 외식이 거의 없는 집이었다. 엄마는 식구들 밥상 차려내는 것을 마치 사명처럼 여겼고 나는 엄마표 집밥의 호화로운 혜택을 만끽하며 자랐다. 식구들의 밥상을 위해 매일 장을 보고 아침ㆍ저녁 다른 식단을 차려낸 정성. 그렇게 엄마의 정성은 나의 피와 살이 되었고 동그랗게 모여 앉아 식구들과 밥상에서 나눴던 대화의 온기는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食口(식구)가 둘러앉아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을 매일의 儀式(의식)이라고 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쏟아내고 맛있는 음식을 서로 먹겠다고, 또는 더 없냐는 요구를 하며 쌓았던 셀 수 없는 밥상의 추억들.

그저 일상에 지나지 않았던 밥 먹는 행위는 엄마의 정성과 맛의 기억으로 내 머릿속과 위장에 스며들어 있다.


거리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김치만두를 보거나 부침개를 볼 때마다 동그란 밥상에 둘러앉아 있던 그때로 나는 돌아간다. 음식 하나로 가족이 모두 행복했고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때로.


이런 밥상에 대한 나의 정서(어쩌면 집착)는 한 달에 몇 번 오는 아들을 향한 마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엄마가 내게 남겨준

무형의 정서(유산)가 세상을 살아내느라 잔뜩 힘이 들어간 내 어깨를 몰랑하게 해 주었듯 아들에게도 그런 효험이 있기를 기대하며.


그래서 오늘도 꿋꿋이 아들에게 묻는다.

우리들만의 儀式을 준비하기 위해.

"이번 주말에 뭐 먹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