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공사 안내문에는 없는 것

by차돌


늦더위가 물러가면서부터 아파트에 공사가 많아졌다.

구축인 데다 거래도 비교적 활발한 단지라 그런지,

말 그대로 바람 잘 날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얼마 전에는 거짓말 안 보태고 세 집이 비슷한 시기에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며 엘리베이터 보호 시트를 두르고

안내문 세 개를 다닥다닥 붙인 적도 있다.


그런 안내문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며,

가을철에 이사, 인테리어 시공이 많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런데 솔직히 거듭되는 안내문을 보면서는, 양해를 구한다기보다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불편을 통보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오늘 점심 무렵, 집에 잠시 들러 양치를 하고 있을 때였다.

쿠과과과과광.

드릴 소리에 귀가 찢어질 듯했고 진동까지 느껴졌다.

화들짝 놀라 집을 나서며 확인해 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에

인테리어 공사 안내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바로 아래층이었다.

양식은 비슷했다. 공사로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

많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공사 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이며,

시공사는 어디라는, 익숙한 안내문.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내게는 흔한 통보문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공사 현장을 찾아가 정중히 물어보았다.

이웃인데 임산부가 있으니, 혹시 소음이 특히 심한 날짜를

미리 알 수 있겠느냐고.

다른 공사 안내문에서는 소음이 심한 날을 따로 표기해 둔

경우도 있었기에 물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양치하다 화들짝 놀랄 정도였으니,

아내가 느닷없이 이런 소리에 놀라면 어쩌나 싶었다.

나름대로 적극적인 확인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업체 분들 또한 정중했고, 나는 소음이 심한 날과

혹시 모를 변동이 생기면 연락을 받을 수 있도록

연락처를 알려드리고 나왔다.


다시 가게로 나오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 시공업자들에게 공사는 그저 비즈니스일 것이다.

하지만 공사를 맡긴 이웃 주민들이 바로 옆집이나 아래위층 만큼은

직접 찾아가 미리 알리거나 인사를 해주면 좋지 않을까.

물론 임산부가 있는 우리 집이라 민감하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몇 해 전, 친구가 집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이웃들에게 작은 선물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참 경우 있게 잘하는구나 싶었다.

선물 자체보다도, 이웃에게 양해를 구하는 태도에서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우리 이웃들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 이웃과 교류할 일이 없는 요즘,

누군가에게는 서로 부담스러운 인사치레를 생략하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남을 볼 게 아니라 나를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내는 다음에 이사를 가거나 집 공사를 하게 되면,

아랫집과 옆집, 윗집에는 최소한 먼저 찾아가

인사하고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그냥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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