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간 부모님을 대신해 우리 삼 남매를 돌봐주기 위해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다. 어느 날 외할머니는 간식으로 팥앙금을 넣은 찹쌀도넛을 튀겨주셨다. 팥앙금까지 직접 만들고 손수 튀겨낸 도넛은 무척 맛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외할머니는 만드는 법을 알려주셨고, 나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말을 하나하나 종이에 받아 적었다. 그 레시피를 나는 요리바카라 사이에 끼워두었다. 그러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무리 바카라장을 넘기고 요리바카라을 뒤져도 그 종이를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물었다.
“그 레시피가 특별한 거야?”
사실 특별한 비법이 적힌 것은 아니었다. 찹쌀도넛 만드는 법이라면 지금도 바카라이나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외할머니의 레시피도 다른 조리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외할머니가 내게 직접 남겨준 유일한 것이었다. 외할머니와 함께 살지 않았던 나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야 할머니를 만났다. 오래 함께한 기억도, 주고받은 말도 많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외할머니가 자신의 말로 들려주고, 내가 내 손으로 받아 적은 레시피 한 장은 할머니와 나 사이에 남겨진 드문 흔적이었다.
내 기억 속 외할머니는 언제나 음식을 만들어 맛있는 것을 건네주던 사람이었다. 외할머니는 요리를 잘했고, 외할머니의 딸인 나의 엄마도 요리를 잘한다.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자란 나 역시 요리를 좋아하고, 제법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외할머니와 엄마와 나.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세 사람에게 가장 선명하게 이어진 것은 어쩌면 요리였는지도 모른다.
우리 셋은 다정한 말을 자주 건네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기억도 거의 없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는 각자가 만든 음식에 상대를 향한 마음을 담아왔던 것 같다. 외할머니는 손녀에게 찹쌀도넛을 튀겨주었고, 엄마는 자식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밥상을 차렸으며, 나는 이제 엄마와 가족들을 위해 요리한다.
잃어버린 레시피는 끝내 찾지 못했다. 대신 그 종이 한 장을 찾는 동안, 나는 외할머니와 엄마에게서 내게로 이어진 수많은 음식과 마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바카라은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내가 만들어온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레시피노트로 남진 않았지만, 그 음식들 속에 오래 남아 있던 우리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