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멈춰
요즘 영상은 참 빠르다.
화면이 바뀌고, 자막이 튀어나오고, 음악이 흐른다.
잠깐 한눈을 팔면 벌써 다음 영상이다.
나도 요즘 거의 매일 짧은 영상을 올린다.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도 올리고,
바닷가에서 만난 고양이도 올리고,
드론을 날리다 문득 바라본 세상도 올린다.
그런데 내 영상에는 조금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짧은 영상인데 글이 길다.
어떤 때는 영상을 보는 시간보다
글을 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무슨 전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다 보면
그 장면만으로는 남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날의 공기와 내가 그곳에서 했던 생각,
셔터를 누르기 전 잠깐 머뭇거렸던 마음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영상 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 올리다 보니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사람들이 글 앞에서 잠깐 멈춘다는 것이다.
화면이 화려해서가 아니다.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도 아니다.
그냥 한 문장을 더 읽기 위해 머문다.
영상은 끝났는데 글을 다 읽지 못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게 재미있었다.
모두가 더 빠르게 보여주려고 할 때
나는 오히려 조금 천천히 보여주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이것이 유튜브에서 통하는 특별한 공식인지는 모른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영상도 있고
조용히 지나가는 영상도 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사람이 머무는 이유가 꼭 자극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좋은 풍경 하나와
읽고 싶은 문장 하나만 있어도
손가락이 잠깐 멈출 수 있다는 것.
나는 사진을 찍을 때도 오래 바라보는 편이다.
아마 영상도 그렇게 만들고 싶은가 보다.
세상이 빨라진다고
나까지 반드시 빨라질 필요는 없으니까.
오늘도 1분짜리 영상 하나를 올린다.
그리고 그 짧은 영상 안에
조금 긴 이야기를 남겨둔다.
누군가 잠깐 멈춰 읽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영상에세이 #사진에세이 #유튜브쇼츠 #감자공주 #일상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