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줄 알았다

― 정선 효구총 앞에서

by마루


처음에는 잠든 강아지인 줄 알았다.

앞발을 길게 뻗고 눈을 감은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둥근 돌을 쌓아 올린 무덤 아래, 햇볕도 적당히 드는 자리였다.

가까이 가니 조각이었다. 귀엽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뒤편 돌벽에는 ‘효구총의 전설’이 새겨져 있었다.

흉년이 들었던 시절, 어미를 잃은 강아지들에게 자기 젖을 먹여 길렀다는 여인. 자신들을 길러준 여인이 세상을 떠나자 무덤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개들의 이야기였다.

글을 읽다가 다시 조각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인 개의 얼굴.
아래로 내려온 꼬리.
돌무덤 곁에 누운 작은 몸.

조금 전까지 나는 저 모습을 보고 귀엽다고 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다. 피사체는 그대로인데, 처음 보았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빛도 달라지지 않았고 자리도 옮기지 않았다. 몇 줄의 이야기가 그 사이에 들어왔을 뿐이다.

개는 그날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코를 들이밀어도 손이 내려오지 않고, 저녁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가자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일.

옷자락에 남은 냄새는 익숙한데, 아무리 기다려도 자신을 부르지 않는 사람.

곁에 누웠다가 일어나고, 조금 떨어졌다가 다시 돌아왔을까.

요즘은 어디를 가도 개와 함께 걷는 사람을 만난다.

작은 옷을 입고 종종걸음을 치는 개도 있고, 유모차에 앉아 바깥을 구경하는 개도 있다.

카페에서는 물그릇을 먼저 챙겨주는 손을 본다.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여주던 사람도 생각난다.

“얘 좀 봐요. 꼭 사람 같죠?”

사진에는 배를 드러내고 자는 강아지가 있었다.

한 장만 보여주려던 사람이 자꾸 화면을 넘겼다.

자는 모습, 먹는 모습, 산바카라하다 멈춰 선 모습. 비슷해 보이는 사진마다 이야기가 달랐다.

나는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사진은 찍어둔 대상보다 자꾸 다시 꺼내 보는 대상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그렇게 함께 사는 집이 많아진 지금도, 우리는 작은 몸의 기분을 알아내려고 애쓴다.

밥을 남기면 어디가 아픈가 싶고, 평소보다 조용하면 얼굴을 들여다본다.

말을 못 하니 눈을 보고, 걸음걸이를 보고, 잠든 뒤의 숨소리까지 듣는다.

돌벽 속 여인은 무엇을 보고 강아지들을 품에 안았을까.

자기 먹을 것도 넉넉하지 않았을 시절, 어미를 찾아 파고드는 작은 입들을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한 마리를 안으면 다른 한 마리가 발치에서 낑낑거렸을지도 모른다.

전설에 적히지 않은 그런 순간을 잠시 생각했다.

젖을 먹고 잠든 몸을 조심히 내려놓는 손. 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옷자락을 여미는 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던 때부터 기억했을 온기.

사람들은 그 개들의 이야기에 ‘효’라는 이름을 붙였다.

개들은 그 말을 몰랐을 것이다.

다만 저 사람이 오는 쪽을 알았을 테고, 여러 발소리 가운데 저 사람의 걸음을 가려냈을 것이다.

멀리서 이름을 부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을 것이다.

돌무덤 앞에 서 있으니 집 현관을 바라보고 앉은 개들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엘리베이터 소리에 귀를 세우고, 문고리가 움직이기도 전에 일어서는 작은 몸들.

돌아오는 사람은 그 기다림을 다 보지 못한다.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을 한 장 더 찍었다.

돌로 만든 개는,
여전히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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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곁에 잠든 강아지

옛날, 정선의 작은 마을에 가난한 농부가 살았습니다.

농부의 집에는 어미 개와 강아지 한 마리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해, 큰 흉년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조차 먹을 것이 모자랐습니다.

농부는 어미 개를 팔려고 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어미 개를 잡아먹고, 남은 뼈를 냇가에 버렸습니다.

강아지는 농부의 뒤를 졸졸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농부가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냇가에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집을 아니까 돌아오겠지.”

저녁이 되어 농부의 아내가 밥을 주려고 불렀습니다.

강아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농부는 다시 냇가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버렸던 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땅에는 작은 발자국만 남아 있었습니다.

발자국을 따라 산기슭에 이르자, 조그마한 흙더미가 보였습니다.

그 위에 강아지가 누워 있었습니다.

농부가 이름을 불렀습니다.
강아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강아지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흙더미 아래에는 어미 개의 뼈가 묻혀 있었습니다.

강아지가 어미의 뼈를 옮겨 묻고, 지쳐 그 위에 누운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강아지도 어미 곁에 묻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비석을 세웠습니다.

‘효구총.’

어미를 향한 강아지의 마음을 기리는 이름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정선 덕우리에서 오래도록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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