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바위에서 시작된 숫자

137

by마루

137, 바위에서 시작된 숫자

늦은 밤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별생각 없이 구글 화면을 넘기다가 이상한 바위 하나를 발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이마 근처에 있다는 알 나슬라(Al Naslaa).


처음에는 합성사진인 줄 알았다.


거대한 사암 덩어리 하나가 정확히 둘로 나뉘어 있었다.

깨졌다고 하기에는 너무 반듯했다.


누군가 아주 얇고 거대한 칼날을 세워 위에서 아래로 한 번에 내려 그은 것처럼, 두 바위 사이로 곧은 틈이 지나가고 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바위 아래였다.


두 덩어리는 넓은 바닥에 편안하게 놓여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각각 작은 암석 받침 위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올리고 있었다.


사진을 확대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절단면은 이상할 만큼 반듯했다.


하지만 알려진 사실부터 확인해보니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알 나슬라는 약 8m 높이의 사암 지형으로 알려져 있고, 사람이 거대한 기계로 잘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질학적으로는 암석에 생긴 자연적인 절리와 균열, 그리고 오랜 세월 이어진 풍화와 침식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설명되고 있다.


바위 표면에는 오래된 암각화도 남아 있다.


그러니까 이 바위 앞에는 내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긴 시간이 먼저 지나갔다.


그 사실을 알고도 이상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이 바뀌었다.


자연은 어떻게 이런 선을 만들었을까.


그날 밤, 그 바위를 본 뒤 다시 유튜브를 넘기다가 전혀 관계없는 영상에서 숫자 하나를 만났다.


137.


처음에는 별것 아닌 숫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에 남았다.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위가 아니라 물리학의 세계로 들어갔다.


정확히 말하면 137은 미세구조상수, **α(알파)**의 역수에 가까운 숫자다.


그 값은 대략


1 / 137.036


정도다.


미세구조상수는 전자기적 상호작용의 세기를 나타내는 중요한 물리상수다.


내가 흥미로웠던 것은 이 숫자에 미터도, 초도, 킬로그램도 붙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무차원 상수.


인간이 만든 측정 단위에 기대지 않아도 남아 있는 순수한 비율이다.


빛과 전자, 원자가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 속에서 이 숫자가 나타난다.


20세기의 물리학자들도 이 숫자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특히 볼프강 파울리는 미세구조상수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유명한 일화에 따르면 그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병실의 번호 역시 137호였다고 한다.


물론 우리는 아직도 자연이 왜 정확히 이런 값을 갖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알 나슬라 바위와 137은 아무 관계가 없다.


적어도 현재 알려진 과학에는 두 가지를 연결하는 근거가 없다.


바위의 절단면에 137이라는 비밀 암호가 숨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우주의 공식을 바위에 새겨놓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내가 같은 밤에 우연히 만난 두 가지였다.


그런데 나는 그 우연이 좋았다.


바위를 보고

“어떻게 이런 선이 생겼을까?”라고 생각했고,


137을 보고

“왜 하필 이 숫자일까?”라고 생각했다.


둘은 서로 다른 질문이었지만 이상하게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발견.


생각해 보면 인간은 언제나 조금 늦게 도착했다.


번개는 우리가 전기를 알기 전부터 하늘을 갈랐다.


빛은 인간에게 이름이 생기기 전부터 우주를 건너왔다.


중력은 뉴턴이 태어나기 전에도 사과를 떨어뜨렸고, 별과 행성을 붙잡고 있었다.


원자는 우리가 들여다보기 전부터 세상의 모든 물질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그것들을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어느 날 멈춰 서서,


“잠깐, 이게 뭐지?”


하고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 질문 하나에서 과학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알 나슬라도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137이라는 비율도 인간이 숫자를 쓰기 훨씬 전부터 자연의 법칙 속에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 발견하든 말든

세상은 먼저 존재하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구글에서 바위 하나를 보았고,

유튜브에서 숫자 하나를 만났다.


둘 사이에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하지만 둘은 내게 똑같은 질문 하나를 남겼다.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은 얼마나 많이 남아 있을까.


어쩌면 발견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 그 자리에 있어서

아무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던 것 앞에 잠시 멈춰 서는 일.


그리고 묻는 일.


왜?


창밖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137은 여전히 137 근처에 있었고,

사막의 바위도 그 자리에서 말없이 둘로 갈라져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든 말든.


우리가 이해하든 말든.


우주는 먼저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가끔,


그 오래된 비밀을 조금 늦게 발견한다.

작가의 이전글예전 골목에는 야쿠르트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