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예전 골목에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있었다.
한쪽 어깨에는 묵직한 가방이 걸려 있었다.
나는 가끔 그 가방이 우체부 아저씨의 가방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편지가 없었다.
야쿠르트 몇 병과 작은 음료들,
그리고 골목 사람들의 안부가 들어 있었다.
“어르신은 요즘 좀 어떠세요?”
“저 집 아이가 벌써 학교에 들어갔대요.”
미용실 문이 며칠 닫혀 있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았고,
동네 사무실이 새로 생기면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먼저 알았다.
누가 아픈지,
누가 이사를 갔는지,
어느 집 아이가 훌쩍 자랐는지.
그녀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사람이었다.
매일 같은 골목을 걷고,
같은 대문 앞에 서고,
같은 사람에게 야쿠르트 한 병을 건넸으니까.
어쩌면 골목이라는 것은
집과 집 사이에 난 길이 아니라
그렇게 안부가 오가는 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길을 가다가 작은 전동카트 한 대를 만났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칠 뻔했다.
그런데 차체에 실린 음료와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야쿠르트 아줌마다.
다만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무거운 가방은 사라졌고
두 발 대신 작은 바퀴가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운전하는 분도 내가 기억하던 ‘아줌마’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좁은 길 사이를 능숙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말했다.
“운전 정말 잘하시네요.”
그분이 웃었다.
차량 안에서 손을 들어 보였다.
나도 손을 들었다.
몇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전 골목 하나가 떠올랐다.
대문 앞에 서 있던 작은 가방.
야쿠르트 병이 부딪치던 소리.
잠깐 멈춰 서서 나누던 이야기.
“잘 지내시죠?”
그 한마디.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방은 전동카트가 되었고,
골목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으며,
대문 앞에서 나누던 이야기는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한 번 웃어주는 것.
잘 지내느냐고 묻는 것.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 한번 흔들어주는 것.
생각해보면 그 시절 우리가 기다렸던 것은
야쿠르트 한 병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건보다 오래 남았던 것은
골목을 돌아다니던 사람의 안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