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의 ‘滿月’

원주천

by마루

원주 밤거리, 라이더의 ‘滿月’

원주 밤거리를 운전하고 있었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면서 차가 천천히 멈췄다.

내 차 바로 앞에는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서 있었다.


별생각 없이 앞을 바라보다가 라이더 뒤에 달린 커다란 검은색 보관통에서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滿月.


처음에는 뭐라고 읽어야 하나 잠깐 생각했다.


만월(滿月).

가득 찰 만(滿), 달 월(月).


말 그대로 가득 찬 달, 보름달이라는 뜻이다.


그 뜻을 알고 나니 이상하게도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마침 원주천 위 밤하늘에도 커다란 달이 떠 있었다.


앞에는 검은 배달통의 작은 滿月,

그 위에는 진짜 커다란 만월.


우연인데 묘하게 장면이 맞아떨어졌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몇십 초 동안 혼자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저 라이더에게 만월은 어떤 의미일까?’


보름달은 더 채울 곳이 없을 만큼 가득 찬 달이다.


그렇다면 라이더의 뒤에 달린 저 커다란 통도 오늘 밤만큼은 빈 공간 없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배달할 음식이 가득 차고,

그만큼 주문이 이어지고,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주머니에도 오늘 흘린 땀만큼의 수입이 채워지는 것.


어쩌면 ‘滿月’이라는 두 글자가 라이더에게는 그런 작은 행운의 부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왜 저 글씨를 붙였는지는 나는 모른다.


그냥 지나가던 사진쟁이의 상상이다.


만약 저 배달통에 한글로


‘가득 담다’


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면 어땠을까.


뜻은 훨씬 빨리 전달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느낌은 조금 달라진다.


검은색 통 위에 금빛으로 적힌 滿月.


짧고, 묵직하고, 뭔가 사연 하나쯤 숨어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일상에서 한자를 접할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두 글자를 길에서 만나면 한번 더 바라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내게는 그 잠깐의 궁금증이면 충분하다.


평범한 배달통 하나가 이야기가 되고,

빨간 신호등에 멈춘 몇십 초가 한 장면이 된다.


잠시 뒤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라이더는 다시 원주의 밤거리 속으로 달려갔다.


나는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마디 해봤다.


오늘 밤 저 통도 만월처럼 가득 차기를.


그리고 마지막 배달을 끝냈을 때는

통은 텅 비더라도,


오늘 하루의 수고만큼은 가득 채워서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주천 위에는 여전히 둥근 달이 떠 있었다.


어쩌면 滿月은 달의 모양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꽉 채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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