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그 겨울은 이상하게도 눈 오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눈은 소리가 없다고 말했지만,
내 귀에는 분명 들렸다.
소복... 소복...
지붕 위에,
마당에,
감나무 가지 위에.
세상은 하얗게 덮여 가는데
우리 집 안방은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화로불이
틱.
잠시 후 또
익...
참나무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
그 불빛이 방 안을 주황빛으로 물들이면
벽에 걸린 멍석도,
낡은 장롱도,
할머니 얼굴도 조금씩 붉어졌다.
나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채
할머니 무릎 가까이 다가앉았다.
할머니는 부엌에서 가져온
곶감을 하나 손에 쥐여 주셨다.
"천천히 먹어라."
곶감은 차가운 겨울 공기와 달리
따뜻한 단맛이 입안에 퍼졌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화롯불을 한 번 뒤적이셨다.
툭.
불씨가 튀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입을 여셨다.
"옛날에는 말이다."
그 한마디만으로도
방 안 공기가 달라졌다.
"우리 뒷산에는 호랑이가 살았단다."
나는 곶감을 먹던 손을 멈췄다.
눈은 계속
소복... 소복...
내리고 있었다.
할머니는 산 너머를 바라보듯
이야기를 이어 가셨다.
배가 고픈 겨울이면
호랑이는 마을 가장자리까지 내려왔고,
사람들은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채
화롯불만 바라보며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호랑이가 무서운 게 아니야."
잠시 말을 멈추더니 웃으셨다.
"사람 욕심이 더 무서운 거지."
그때는 그 말뜻을 몰랐다.
나는 그저
호랑이 발자국이 얼마나 컸는지,
울음소리가 얼마나 무서웠는지만 궁금했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도,
그 화로도,
그 겨울밤도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도 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상하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혹시...
소복... 소복...
눈 오는 소리 사이로
화롯불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곶감을 건네던 할머니의 손길,
그리고
"옛날에는 말이다..."
그 한마디가
아직도 겨울밤 어디선가
조용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