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어사』를 덮은 이유

요괴어사

by마루

『요괴어사』를 덮은 이유


비가 오는 날이었다.


아침을 먹지 못했다.


배가 출출하면 자연스럽게 원동식당으로 향한다.


집에서 먹는 반찬처럼 편안한 백반집이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걸어가는데 선반에 꽂힌 바카라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제목을 읽었다.


'요괴 이사.'


무슨 바카라이지?


대표이사, 회사 이사….


순간 그런 단어들이 먼저 떠올랐다.


조금은 현대적인 추리소설 같은 상상도 했다.


다시 바카라을 들었다.


가까이 보니 내가 잘못 읽었다.


'이사'가 아니었다.


『요괴어사』.


받침 하나를 잘못 본 것뿐인데,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괜히 웃음이 났다.


1권과 2권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2권을 집어 들었다.


뒤표지를 넘겼다.


'설민석 · 원더스 지음.'


처음에는 설민석 이름만 보였다.


'설민석이 소설도 썼나?'


다시 보니 이름이 하나 더 있었다.


원더스.


조금 전 제목을 잘못 읽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먼저 보고 싶은 것만 본 셈이었다.


몇 장을 넘겼다.


'역사 판타지 소설.'


그 문장을 읽고 다시 몇 장을 넘겼다.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보다,


'요괴'와 '어사'라는 두 단어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왜 하필 '요괴'였을까.


왜 '어사'였을까.


역사를 풀어내는 방법은 많다.


그중에서 이 두 단어를 붙인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그 질문을 끝까지 따라갈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바카라을 조용히 덮었다.


다시 선반에 꽂았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먼저 읽는다."

설민석·원더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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