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익
망망대해 한 조각
오늘 원주의 한 카페에 갔다.
함께 간 지인이 말했다.
“커피만 마시지 말고 케이크도 하나 먹어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 단것을 즐기지 않는다. 케이크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지인은 이미 주문을 마쳤다.
잠시 후 둥근 케이크 하나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지인은 아무렇지 않게 칼을 들어 삼각형 모양으로 한 조각을 잘라 자신의 접시로 옮겼다.
내 앞에는 잘려 나간 케이크만 남았다.
무심코 바라보던 시선이 어느 순간 멈췄다.
이상했다.
분명 케이크인데, 케이크가 아니었다.
잘려 나간 빈 공간은 끝없는 바다였고, 양옆의 하얀 크림은 거대한 선체의 벽처럼 보였다. 짙은 블루베리 층은 바다를 감싸는 수평선이 되었고, 바닥에 깔린 종이는 햇빛을 받은 갑판처럼 느껴졌다.
나는 방금 카페에 있었는데, 어느새 망망대해 한가운데 서 있었다.
사람의 눈은 참 신기하다.
사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꺼내 세상을 다시 그린다.
케이크를 보면서도 배를 떠올리고, 디저트 한 조각에서 바다를 발견한다.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는데, 내 머릿속에서는 긴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얼른 카메라를 들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케이크는 다시 케이크로 돌아왔다.
사진 속에는 분명 디저트가 담겨 있었지만, 내 기억 속에는 아직도 거친 파도를 가르는 한 척의 배가 남아 있다.
어쩌면 여행은 멀리 떠나는 일이 아니라, 익숙한 것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발견하는 순간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