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가격표

by마루

값

시장에 가면 가격표가 붙어 있다.


감자 한 봉지 5천 원.


오이 세 개 3천 원.


고등어 한 손 1만 원.


사람들은 그것을 값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가끔 궁금하다.


정말 저 숫자가 값일까.


어릴 적 어머니는 감자를 심었다.


봄이면 밭을 갈고 씨감자를 묻었다.


비가 오면 걱정했고,


비가 오지 않아도 걱정했다.


여름이 되면 흙을 뒤집어쓴 감자가 올라왔다.


나는 그 감자를 들고 장난쳤고,


어머니는 그 감자를 씻어 저녁상을 차렸다.


그 감자가 시장에 가면 5천 원이었다.


그런데 내게는 5천 원이 아니었다.


봄부터 여름까지의 시간이 들어 있었다.


바다도 그렇다.


사람들은 횟집 수족관을 보며 가격을 묻는다.


몇 kg이냐고 묻고,


얼마냐고 묻는다.


하지만 새벽 항구에 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파도 소리와 함께 돌아오는 배.


얼음 위에 누운 생선.


젖은 장화.


갈라진 손.


그 모든 것이 생선 한 마리에 함께 올라와 있다.


그래서 나는 생선을 볼 때마다 가격보다 먼저 바다를 본다.


세상은 자꾸 숫자를 보여준다.


조회수.


좋아요.


매출.


평점.


순위.


사람들은 그것을 값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셀 수 있는 값일 뿐이다.


셀 수 없는 값도 있다.


오랜만에 잡은 어머니 손.


비 오는 날 우산을 건네준 사람.


아무 말 없이 곁에 앉아 준 친구.


열 번 넘게 같은 질문을 포기하지 않은 시간.


그런 것들은 숫자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살아가면서 가장 오래 남는다.


오늘도 시장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감자 한 봉지 5천 원.


고등어 한 손 1만 원.


나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냥 지나쳤다.


값은 적혀 있었지만,


내가 보고 있던 것은 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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