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일

그는 숫자에 약했다.

by마루

영업일

그는 숫자에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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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창구 직원이 날짜를 짚으며 말했다.

"고객님, 이미 지났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약관을 끝까지 읽지 않았고, 계약서 마지막 장은 늘 대충 넘겼다.

세상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손해 보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날 밤이었다.

통장을 다시 펼쳤다.

숫자가 이상했다.

분명 하나여야 할 날짜가 두 개로 보였다.

만기일 하나.

영업일 하나.

그는 처음으로 숫자를 의심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다음 날부터 그는 사람 대신 기록을 만나기 시작했다.

은행에 전화하지 않았다.

대신 녹취를 들었다.

문자를 읽었다.

계약서를 다시 펼쳤다.

그리고 AI를 불렀다.

하나가 아니었다.

세 개였다.

첫 번째 AI는 흥분했다.

"명백한 위반입니다."

두 번째 AI는 더 흥분했다.

"즉시 민원을 넣어야 합니다."

그는 창을 닫았다.

흥분은 증거가 되지 않았다.

세 번째 AI는 조용했다.

날짜를 다시 세었다.

그리고 말했다.

"기산점이 다릅니다."

그는 다시 계산했다.

또 계산했다.

세 번째 계산에서야 보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이 숫자를 잘못 읽을 뿐이었다.

은행 부장은 고객이 사라진 줄 알았다.

대부분은 그렇게 사라졌다.

처음엔 화를 내다가,

며칠 지나면 지치고,

한 달이 지나면 포기했다.

부장은 오래 일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실수하는지 알고 있었다.

날짜.

서류.

표현.

감정.

사람들은 늘 그중 하나에서 넘어진다.

그리고 넘어진 사람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며칠 뒤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짧았다.


부장님.


제출일자와 검토 기록 확인 부탁드립니다.


끝이었다.

협박도 없었다.

욕도 없었다.

감정도 없었다.

부장은 이상하게 그 문자가 싫었다.

화를 내는 사람은 쉬웠다.

설명하면 됐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더 쉬웠다.

기다리면 됐다.

그런데 기록만 묻는 사람은 어려웠다.

그건 답해야 했다.

그날 밤.

은행 건물은 불이 꺼졌지만

부장의 컴퓨터만 켜져 있었다.

그는 화면 속 날짜를 바라보았다.

고객은 처음부터 숫자에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숫자를 믿지 않았던 사람일 뿐이었다.

그래서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리고 그 한 번이

모든 이야기를 바꿔놓았다.

창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국민신문고 민원 접수되었습니다.




잠시 후.


부장의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작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띵.


국민신문고 민원 접수되었습니다.


그는 마우스를 움직이지 못했다.


숫자는 그대로였지만,


이야기는 이미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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