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를 건널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갈론

by마루

갈론

출렁다리를 건널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산골짜기에서
사람 하나와 강아지 한 마리가
같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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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옆에는 들꽃이 피어 있었다.

분홍색,
노란색.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바위 틈에서 계절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길 끝에 노란 건물이 보였다.

문을 열자 나무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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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카운터.

화분 몇 개.

그리고 창가 옆 검은 재봉틀.

손잡이 부분은 반들반들했고,
철제 몸체에는 작은 흠집들이 남아 있었다.

주인장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만든 거예요."

벽에 걸린 그림도,
천 위에 놓인 자수도.

미술을 배운 적은 없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그림을 그렸고,
실을 꿰어 자수를 놓기 시작했다고 했다.

창밖 계곡이 보였다.

주인장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2017년.

댐 아래에서 운영하던 펜션이 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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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방류였다.

살던 곳을 떠난 뒤
물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이곳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사람은 줄었지만
계곡은 가까워졌다고.

그 말을 하며 창밖을 한 번 바라봤다.

그때 검은 강아지 한 마리가 다가왔다.

이름은 갈론.

몇 해 전,
투숙객이 두고 간 강아지라고 했다.

돌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이곳에 남았다.

주인장은 그 아이에게
마을 이름을 주었다.

갈론.

오래전부터 이 계곡을 부르던 이름.

밤이 되자 계곡 소리가 더 또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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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불빛은 하나둘 켜지고,
검은 강아지는 카페 문 앞에 몸을 말고 잠들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풍경보다 이름 하나가 오래 남았다.

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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