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의 아침은 늘 빠르게 시작된다.
아이들이 하나둘 등원하고,
보호자와 짧은 인사를 나누고,
교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준비한다.
전화가 울리고 확인해야 할 서류가
생기고, 예정에 없던 일이 끼어드는
것도 흔하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처리해야 할 일이 몇 가지
겹쳤다.
한 교사는 급하게 나를 찾았고,
보호자의 문의 전화도 이어졌다.
마음속으로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또 다른 직원이 들어와 말했다.
“원장님, 잠깐 말씀드릴 게 있어요.”
순간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먼저
올라왔다.
‘지금 꼭 이야기해야 하나.’
나는 이미 마음이 바빠져 있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귀찮음과
조급함이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예전 같으면 표정이나 말투에 그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날은 잠깐 멈췄다.
바카라상 위에 놓인 차 한 모금을 마시면서
숨을 고른다.
“네, 이야기해 보세요.”
직원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짧았다.
그리고 꽤 중요한 내용이었다.
한 아이의 최근 행동 변화에 관한
이야기였다.
조금만 늦게 들었더라면 보호자와의
상담에서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 전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상대의 말이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이후 나는 바쁜 날일수록 잠깐씩
내 마음을 확인하려 한다.
‘지금 내가 화가 난 것인가.’
‘피곤한 것인가.’
‘일이 많아서 조급한 것인가.’
이 질문을 던지고 나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 분리되어 보인다.
화가 난 ‘나’와 화라는 ‘감정’이 같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기분이 상했다고 해서 반드시 날카롭게
말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조급하다고 해서 상대의 말을 서둘러
끊을 필요도 없다.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몇 분 동안
아무 말없이 앉아 있는 것일 수도 있고,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 내 마음
상태를 살펴보는 것일 수도 있다.
화가 날 때 바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것,
누군가의 말에 서운함이 느껴질 때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도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일해
왔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사람 사이의 큰 갈등은 의외로
큰 사건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피곤한 날의 짧은 말 한마디,
바쁜 순간의 무뚝뚝한 표정,
충분히 듣지 않고 내린 판단이
관계를 조금씩 어긋나게 한다.
반대로 관계를 지켜주는 것도 아주
작은 행동들이었다.
한 번 더 듣는 것.
한 번 늦게 말하는 것.
그리고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잠깐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 짧은 멈춤이 마음 돌봄의 힘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참 힘들다.
먼저 말을 하고 싶어서 말을 더듬고,
하고 싶은 단어는 생각이 나지 않고,
결국에는 할 말을 버벅거리기까지
한다.
마음을 돌본다고 해서 '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걱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감정이 생겼을 때 그 감정들을
곧바로 행동이 되지 않도록 작은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공간 안에서
따질 것인지,
물어볼 것인지.
화를 낼 것인지,
설명할 것인지,
상대의 잘못만 볼 것인지,
내 마음도 함께 살펴볼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하루는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람의 태도는 거창한 결심보다
이런 작은 선택 속에서 만들어진다.
요즘 나는 아침마다 아주 잠깐이라도
마음을 정돈하려 한다.
바카라상에 앉아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을 바라본다.
‘오늘 나는 괜찮은가.’
그 질문 하나로 하루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서 하루를 시작한다면,
적어도 감정에 끌려다니는 일은 조금
줄어든다.
집을 정리하지 않으면 물건이 쌓이듯이
마음도 그대로 두면 감정이 쌓인다.
서운함이 쌓이고,
피로가 쌓이고,
말하지 못한 감정이 마음 한쪽에
자리 잡는다.
그래서 마음에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 몇 분이면 충분하다.
오늘 마음에 무엇이 들어와 있는지
살펴보고, 필요 없는 것은 내려놓고,
꼭 간직해야 할 것은 다시 바라보는
시간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돈하고 나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 달라진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가 하루를 바꾸고,
관계를 바꾸고, 결국 삶의 분위기까지
바꾸어 놓는다.
어쩌면 '마음 돌봄'은 행복을 새로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
있는 평온과 만족을 알아볼 수 있도록
마음의 자리를 비워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https://suno.com/s/oWG9ucU7U65e86jp
작사:콩새
작곡:수노
하루 종일 쌓여 있던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늦은 밤 조용한 방 안에
하나둘씩 내려앉는다
괜찮다고 웃어 보아도
마음은 다 알고 있었지
서둘러 답을 찾지 않아도
오늘은 그냥 쉬어가자
오오~~
마음에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흐트러진 생각을 하나씩 놓아주며
애써 붙잡았던 걱정도 내려놓고
내 안의 소리를 가만히 들어본다
오오~~
조금 늦어도 괜찮아
잠시 멈춰도 괜찮아
비워낸 그 자리에 다시
따뜻한 내일이 들어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