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이의 죽음

by남궁인숙

바르샤바 국립박물관 사이트를

들여다보면서 보는 순간 아주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이 있었다.

한 여인이 볏짚 위에 쓰러져 있고,

두 팔은 힘없이 벌어져 있고,

감긴 눈에는 더 이상 고통도 두려움도

남아 있지 않다.

한 남자는 그녀의 발치에 엎드려 있다.

그는 차갑게 식어 가는 발에 입을 맞추며

얼굴을 묻는다.



폴란드 상징주의 화가,

'야체크 말체프스키'의 작품

《엘레나이의 죽음》이었다.

이 그림은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죽음을

맞은 엘레나이와, 그녀의 발치에서

슬퍼하는 안헬리를 그린 작품이다.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죽은 여인의 얼굴이

아니었다.

화면 앞으로 길게 뻗은 맨발과 그 발을

붙잡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여인을 깨우려 하지 않는다.

죽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더 처절하다.

그림 속 인물인 엘레나이와 안헬리는

폴란드 시인 율리우시 스워바츠키의

작품 《안헬리》에 등장한다.


시베리아 유형지라는 혹독한 공간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외로움과 고통을 나누며

살아간다.

엘레나이는 과거의 잘못을 돌아보고

참회하며 새로운 사람이 되어 가고,

안헬리와 서로 이해하고 의지하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안헬리에게 그녀는 함께 걷는 사람이자,

자신을 이해하고 삶을 버티게 해 주는

존재였다.


사람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 대부분은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 여행을 하고,

혼자 결정을 내린다.

때로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삶을

'강인함'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은

물리적인 '혼자 있음'이 아니다.

마음을 알아주던 사람이 사라진 뒤의

'고독'일 것이다.


“오늘은 힘들었다”라는 짧은 말만

들어도 그 안의 사정을 알아채는 사람,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내 허물과 실패를 알고도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삶의 무게가

사라지지는 않아도 견딜 만해진다.



엘레나이는 안헬리의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 없고,

시베리아의 추위를 막아 줄 수도

없고,

끝없는 유형 생활을 끝내 주지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존재는 안헬리가

살아갈 이유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같은 추위를 느끼고,

같은 절망을 바라보며,

그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알아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레나이의 죽음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안헬리는 자신을 이해해 주던 마지막

사람과 함께 삶을 견뎌 낼 이유까지

잃게 된다.


그림 속에서 그는 그녀의 발을 붙들고

있지만, 그가 붙잡으려는 것은 발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견뎠던

시간일지도 모른다.

강한 원근법으로 화면 앞쪽에 크게

표현된 이 발은 죽음의 현실과

남겨진 사람의 '비통함'의 강조처럼

보인다.


바르샤바 국립박물관 보관


우리는 누군가의 곁에 있으면서 대단한

일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해 주고,

좋은 답을 알려 주며,

슬픔에서 빨리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때로는

해결바카라보다는 이해를 필요로 한다.


“당신이 왜 힘든지 알아요.”


그 한마디가 오늘을 견디게 하고,

다시 내일을 살아가게 할 것이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내 침묵의 뜻까지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고,

그 사람이 떠나는 것은 한 세계를

잃는 일이다.


《엘레나이의 죽음》을 바라보며

죽음보다 더 깊은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나를 이해해 주던 마지막 사람을

보낸 후,

이 세상에 완전히 혼자 남겨지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내 아픔을 알아주어서 그동안

나는 완전히 혼자가 아니었다고,

그리고.......

당신이 있어서 내 삶을 견딜 수 있었다고

아직 곁에 있을 때 마음을 전해야 한다.


이 작품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함께

이해하고 견뎌 준 사람이 사라진 뒤,

'홀로 남는 것'일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가 있다.




https://suno.com/s/fZ6UyUGviOi5PLML




마지막 사람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거친 바람 불어오던 낯선 땅에서

말없이 내 곁을 지켜 준 사람

세상이 모두 등을 돌린 순간에도

내 아픔을 먼저 알아본 사람

이제는 차가워진 두 발을 붙잡고

떠나지 말라고 이름을 부른다


음~~

그대가 떠나면 나는 혼자입니다

나를 이해하던 마지막 사람이여

아픔보다 깊은 이 외로움 속에서

우리의 시간을 가슴에 안고

그대가 남겨 준 따뜻한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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