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수원지 양지바른 언덕에 부산 어린이회관 건물이 우뚝 서있다. 그리고 그 초입에 있는 시비에 쓰여 있는 글귀.
웃고 뛰놀자. 그리고 하늘을 보며 생각하고 푸른 내일의 꿈을 키우자. - 육영수
아이들이 놀 곳도 쉴 곳도 볼 것도 변변찮던 시절. 우리나라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이 밝게 자라고 꿈을 키워서 훌륭한 성인이 되기를 바라는 여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글.
부산으로 이사 온 나는 어린이회관 지근거리인 연지동에서 국민학교를 다녔다.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려 또는 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심지어 소풍으로 어린이회관을 찾았다.
그때마다 눈에 띄는 글귀. 비록 녹록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지만, 여사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소박하나마 꿈을 품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시절 웃고 뛰놀며 하늘을 보며 생각하며 꿈을 키웠을 아이들이 커서 성인이 되어... 여사의 죽음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몇 년 만에 어린이회관을 다시 찾았다. 명칭은 어린이 창의교육관으로 바뀌었지만 그 외관과 시비는 여전한 채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여사의 친필 시비와 어린이 헌장을 읽으니 여사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듯하였다.
여사의 피격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암살자들. 당시 전국에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여사가 쓰러져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였고, 돌아가셨다는 비보에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한데, 거기에 의혹 한 스푼을 얹어 돈벌이에 이용하다니.
영화는 픽션이고 관객들의 상상의 영역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비난도 관객들 몫이고, 마땅히 제작자나 출연자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역사물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영화 한편으로 생각이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 시대를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영화에 몰입할수록 진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것이다.
배재고 야구선수가 철없이 내뱉은 '탱크데이' 한마디에 어른들이 발끈하여 학생의 무릎을 꿇렸다. 그리고 결국 그 학생의 운동복을 벗겼다고 한다. 명확하게 결론난 역사적 사실을 조롱 왜곡하는데 대하여 어른들이 참교육을 한 것이다.
그런 마당에 어른들이 나서서 역사를 왜곡하고 음모론을 펼치면 안 될 일이다. 퍼스트레이디의 모범답안인 여사의 죽음에 의혹을 얹어 돈벌이에 이용하면 더욱더 안 될 일이다.
아니 차라리 잘 되었다. 이참에 여사가 얼마나 나라를 걱정하고, 서민들의 삶을 걱정하고, 어린이들이 밝고 바르게 자라도록 힘썼는지. 여사의 삶이 재조명되어 여사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그분의 삶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땅에 떨어진 지금. 우리에게도 자랑스러운 퍼스트레이디가 있었다는 사실이 국민들 가슴에 콕콕 박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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