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쓰기 대신 하는 일

백수 생존기

by이은호


백수생활이 길어지면서 하루 삼시세끼 챙기는 게 일과가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배고팠던 설움이, 어른이 되어서는 삼시세끼를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미션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먹는데 소질이 있어서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겨우 죽지 않을 만큼만 먹는 편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매 끼니 거르지 않고 열량을 보충해 주어야 몸이 굴러가기도 한다.


오랫동안 주부로 살아온 아내가 '알약 한알로 한끼를 때우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내가 요즘 그 말을 실감하고 있다. 삼시세끼.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매 끼니를 직접 해먹기도, 매 끼니를 사 먹기도 힘들다. 해 먹다가 번거로우면 사 먹기도 하고, 사 먹다가 지겨우면 해 먹기도 한다.


어쨌든. 요즘 요리실력이 좀 늘었다. 덧붙여 '나에게 원래 요리재능이 있었나?' 하고 놀라기도 한다. 어떤 건 수십 년 경력의 아내가 하는 것보다 오히려 내가 하는 게 간이 더 맞고 맛있다. 가끔 아내도 인정한다. 덕분에 요리하는 기회가 늘고, 그에 따라 실력도 점점 늘어 간다. 비약이지만, 이러다 어쩌면 음식점이나 반찬가게를 차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 요리비결은 딱 하나다. 레시피에 충실한 것. 아내도 마찬가지지만 경력직 주부들의 경우, '내 눈이 저울이다.'라는 믿음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대충 눈대중으로 배합비율을 맞춘다. 이게 경력직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나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학원에서 베이킹을 배운 나는 다르다. 모든 재료를 저울에 달아서 빵을 만드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요리할 때도 눈대중으로 대충 맞추지 않는다. 베이킹처럼 일일이 저울에 달지는 않지만, 최소한 양념의 비율을 숟가락으로 맞춘다. 그래서 맛과 간의 편차가 크지 않다.


양념은 두 종류를 사용한다. 매콤하게 할 때는 고추장 베이스로, 단짠을 강조할 때는 간장 베이스로. 볶음요리는 먼저 파기름을 낸 후 차례로 재료와 양념을 섞는다. 그렇게 하면 맛과 간을 맞추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속도도 붙어 어묵볶음, 가지볶음 등 간단한 요리는 재료손질까지 포함하여 30분 내외로 끝낼 정도이다.


간단하게 볶음요리 하나 만들어 몇 가지 밑반찬과 함께 한끼 식사를 때운다. 아예 볶음우동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렇게 요리하는 빈도가 늘자, 아내의 주문이 추가되었다. 어른용 외에 외손자 것도 만들라는 것이다. 그래서 맵지 않게 달달하게 아이용 어묵볶음이나 가지볶음을 추가로 만든다. 다행히 손자가 좋아한다고 한다.


백수 생존기. 요즘 글쓰기 대신 삼시세끼 먹고사느라 바쁘다. 어쩌다 보니 본격적인 글쓰기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 근처로 가버리고, 먹고사는 것이 인생 과제가 되어버렸다. 덴장, 이게 아닌데...




어묵볶음.


돼지두루치기.


생선조림.


마파두부덮밥.


가지볶음덮밥.


볶음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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