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하천변으로 산바카라을 자주 나간다. 낮동안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요즘은 저녁식사 후 어둠이 깔리기를 기다렸다가 간다.
느긋한 마음과 느긋한 걸음으로 여유로운 산바카라을 기대하지만, 현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자체에서 공들여 잘 닦아놓은 산바카라길 위로, 아이도 달리고, 어른도 달리고, 어르신도 달리고, 강아지도 달린다. 혼자서도 달리고, 둘이서도 달리고, 단체로 줄 맞춰 달리기도 한다.
옆으로 휙휙 지나가는 그들을 보노라면, 느긋하던 내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지고, 심장도 두근두근 나댄다.
인도에 나란히 붙은 자전거 도로에서는 더 빠르게 달린다. 자전거 사이클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등. 혼자서도 달리고, 둘이서도 달리고, 여럿이 떼 지어 달리기도 한다.
실력 자랑한다고 두 손 놓고 타기도 하고, 밤에 불빛 하나 안 달고 씽씽 달리는 스텔스 자전거도 있다. 그런 게 옆으로 씽 하고 지나갈 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여유로운 산바카라에 자주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매일 나서는 이유는 소설과 함께 하는 산바카라길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오디오북. 무거운 바카라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작은 글씨 본다고 침침한 눈 혹사시킬 필요도 없다. 그냥 이어폰 꼽고 귀만 열면 된다. 게다가 전문 성우가 어찌나 실감 나게 읽어주는지.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은 나를 우주선에 태워 안드로메다 어디쯤에 데려가기도 하고, 개체수 조절이라는 과제 하에 행해지는 인간살육의 현장에 목격자로 참여시키기도 하고, 폐허가 된 도시 외곽의 벽돌공장에 내려놓기도 하고,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들의 다양한 삶의 조각을 엿보게 하기도 한다.
집에 티브이가 없던 어린 시절. 온 가족이 둘러앉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드라마를 들었다. 그땐 귀로 들으며 머리로는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무수한 영상들이 난무하는 세상. 눈으로 들어오는 영상이 머릿속 기억세포에 담기기도 전에 다음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영상이 금방 휘발하면서 채 기록되지 못한 기억도 함께 사라져 버린다. 상상의 여유는 애당초 없다.
하천변 산바카라길에서 듣는 오디오북은 어릴 적 듣던 라디오 드라마와 닮았다. 귀로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내가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펼쳐간다. 감정이입되어 미소 짓기도, 눈시울이 젖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난 집을 나서며 이어폰 끼고, 오디오북 켜고, 볼륨을 적당히 높인다.
집 앞 하천변. 여전히 사람들이 달리고, 그 옆으로 자전거가 더 빠르게 달려 나간다. 그리고 난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나의 길을 걷는다.
글 올린 지 2주가 지났다고, 온라인카지노에서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글 근육이 어쩌고... 알림이 와서, 밀린 숙제 해치우는 심정으로 급하게 짧은 글 하나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