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소원 풀어준 네 살 손자

by이은호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 외손자에게 줄 첫 쿠키를 구울 때에도, 두 돌맞이 생일케이크를 만들 때에도, 아이가 언제 커서 함께 베이킹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꿈을 이룬 것이다.


그 순간이 오기까지 순탄하지는 않았다. 딸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주말에 한 번씩 오는데, 늘 오후 늦게 와서 함께 저녁식사 하고는 바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딸이 내 마음을 헤아린다면 한 번쯤 일찍 와서 기회를 만들어 줄만도 한데, 나만큼이나 무심한 성격인 딸이 그럴 일은 없었다.


해서 아이를 부추기기로 하였다. 틈만 나면 '다음에 할머니 집에 와서 함께 쿠키 만들자.' '엄마한테 쿠키 만들러 가자고 해봐.' 하며 속삭였다. 아내도 한수 거들어 손자와 통화할 때, '쭌아, 쿠키 만들러 언제 올 거야.' 하고 아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를 졸라서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네 살 손자와 함께하는 첫 베이킹. 시간이 많이 걸리는 빵보다는 쿠키가 나을 것 같았다. 공정도 간단하고 아이가 반죽 쪼물락 거리기도 좋고.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쿠키로 정하였다.


딸 부부는 아이 맡겨놓고 볼일 보러 나가고, 아내와 함께 셋이서 작업 시작. 박력밀가루, 아몬드분말, 코코아파우더, 설탕, 소금, 베이킹파우더, 버터, 다크초콜릿 등 재료를 아이와 함께 일일이 저울에 중량 달아서 준비 끝.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버터 풀어주고, 설탕 소금 넣고, 계란 한 개 풀고. 다음으로 가루재료 넣고, 다크초콜릿 중탕으로 녹여서 넣고, 주걱으로 쓱싹쓱싹 비비고. 완성된 반죽 33g씩 떼어서 동그란 틀에 넣어 밀대로 동글납작하게 만들고, 초콜릿 눈알 붙이고. 초코쿠키 성형 완성. 오븐에 굽는 것은 뜨거우므로 전적으로 할아버지 몫. 그것을 제외하고는 아이가 전 공정에 참여하였고, 재밌어하였다.


드디어 가장 중요한 시간, 시식하기.


달달한 쿠키와 달달함을 달래줄 우유가 준비되었다. 아이가 조그만 손으로 쿠키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오독오독. '맛있어!' 앙증맞은 입으로 어찌나 잘 먹는지, 할아버지 할머니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달렸다. '초코쿠키는 달아서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안 돼. 유치원 다녀와서 간식으로 하루에 하나씩 먹는 거야.' 할머니 당부에, '응. 알았어.' 아이가 야무지게 대답하였다.


시식시간 끝내고 나서 할머니 도와서 청소기까지 척척. 그렇지. 베이킹의 끝은 뒷정리란다. 외손자와의 첫 베이킹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완성되었다.



완성된 30여 개의 쿠키를 개별포장하여 쿠키박스에 담았다. '쭌이가 만든 쿠키 가져가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 누구누구 줄 거야?' 할머니 물음에 'ㅇㅇ이, ㅇㅇ이, ㅇㅇ이.' 아이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어린이집에 함께 다녔던 친구들 이름을 줄줄이 대었다.


돌도 지나기 전 엉금엉금 기면서부터 함께 한 친구들. 요즘같이 친형제가 부족한 핵가족 시대에 서로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부모들도 가끔 함께 모인다고 하니, 그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손자가 올 때 그림 한 장을 들고 왔다. 사람 세 명이 그려져 있는데, 우로부터 할머니 쭌이 할아버지라고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를 자기보다 더 작게 그렸다. 아무리 할머니가 잘 챙겨주고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로서니, 할아버지의 존재감이 그 정도란 말인가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무릎에 앉히고 동화바카라을 얼마나 읽어 주었는데.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했지만 아이의 마음은 정확한 것.


분발하기로 했다. 아이와 함께 베이킹을 하면서 할아버지의 솜씨와 존재감을 높여보기로. 그런 의미에서 아이와 함께할 다음 시간이 더욱더 기다려진다.


쭌아, 할아버지도 쭌이 사랑해! 잘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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