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KPGA 선수권대회 마지막날 경기를 보기 위해 양산에 위치한 에이원 골프장엘 갔다. 간식으로 먹을 수제 햄버거도 만들고 과일도 챙겨 배낭에 넣었다. 하지만 날씨가 문제였다. 바람도 불고 비도 내리고. 갤러리로 경기 구경하기도 힘든데,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야속하게도 그날 비는 하루 종일 내렸다.
날씨는 적대적이었지만 역시 프로는 프로였다. 호쾌한 티샷은 물론 아이언 샷을 거의 대부분 그린 위에 떨궜다. 더욱 놀라운 건 그린에서의 플레이였다. 그린 경사는 심하고, 비는 내리고, 바람은 들쭉날쭉 하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거리감을 그렇게 맞추는지, 퍼팅한 공이 홀컵에 딱딱 붙었다. 그러다 가끔은 홀컵에 떨구어 버디. 갤러리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전반에 챔피언조 뒤를 따랐다. 세명 모두 선두경쟁이 드문 신인급이라 긴장했을까,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였다. 그리고 사실 그날은 타수를 줄이는 날이 아니었다.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지키기도 힘들었다. 앞선 조들이 치고 나가 선두가 바뀌었지만, 그들에게는 지난한 인내의 시간이 계속될 뿐이었다.
그날 우승은 우여곡절 끝에 내가 뒤를 따랐던 마지막 조에서 나왔다. 약관 스무 살의 문동현선수가 9언더파로 생애 첫 우승이자, 대회 최연소 우승의 영예를 차지하였다. 그날의 백미는 16번 홀 플레이였다. 아이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홀컵에서 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어프로치를 해야 하는 상황. 게다가 그린의 경사가 심해 거리 맞추기가 힘들어 보였다.
그대로 주저앉고 마는 걸까. 그 위기의 순간에서 결정적인 한방이 나왔다. 그린까지 올라가 상황을 살펴본 문동현선수가 침착하게 칩샷을 날렸다. 그린 중앙에 떨어진 공이 약간의 오르막을 타고 올라 다시 경사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어어... 와! 갤러리의 환성이 터졌다. 공이 홀컵에 그대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천금 같은 버디. 그 샷 하나로 문동현선수가 선두로 나서게 되었고, 자신감을 얻은 그는 나머지 홀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가까운 지인들과 오랜만에 라운딩을 나갔다. 프로들의 멋진 샷과 경기 운영능력을 눈으로 확인하였으니, 그날은 잘 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었다. 괜히 어깨에 힘만 들어가고, 샷이 들쭉날쭉 하였다. 생크도 두 번이나 났다. 그날은 단 한 번도 결정적인 한방이 나오지 않았다.
살다 보면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온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기회는 균등하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는 것은 각자의 능력에 달려있다. 피나는 노력 없이 요행수나 바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인고의 시간. 힘들더라도 지난하게 기다리다가 기회가 왔을 때, 실력으로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는 것이다. 문동현 선수처럼.
어제 하루 종일 시니어 역량강화 교육을 받았다. 지난달 AI 관련교육을 받을 때, 시청에서 나온 담당자가 알려준 교육이다. 시니어라고 과거의 경험만 믿고 입으로만 버티는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문물에 대해서, 새로운 지식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지식을 무료로 알려주는 교육이 많다. 내용도 꽤 알차다. 어떤 경우에는 중식 제공에 차비까지 주기도 한다.
그런 가성비 갑인 교육을 찾아다니다 보면 실력도 늘고, 내게 맞는 취업정보도 얻을 수 있다. 취미가 교육받으러 다니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기회는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 부지런히 다닌다. 그러다 보면 회심의 한방을 날릴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한방의 블루스. 그게 바로 내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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