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과 취미를 넘어

그 남자의 홈베이킹

by이은호


오랜만에 빵을 구웠다. 취미로 즐기던 홈베이킹이 북카페를 하는 동안 생업으로 바뀌는 바람에, 가게 폐업 이후로 빵 만들 일이 없었다. 그래서 한 달 넘게 쉬었다. 확실히 생업으로 하는 베이킹과 취미로 하는 그것은 다르다. 전자는 노동이요, 후자는 힐링이다.


한 달쯤 지나자 '베이킹 = 생업'이라는 공식이 뇌리에서 희미해지고, '베이킹 = 취미'라는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더불어 손이 근질근질해지고, 홈베이킹으로 뭘 만들까 두뇌회전이 빠르게 돌았다.


그렇지! 내가 먹을 거, 건강빵을 만들어야지 싶었다. 가게에서 커피 짝꿍으로 팔았던 미니 파운드케이크는 아무래도 당도도 높고 칼로리도 높다. 그래서 한 번에 양껏 먹거나 식사대용으로 하기에는 부담스럽다. 대신 건강빵을 만들면 먹기에 부담도 덜하고, 아침식사로도 충분하니 일석이조이지 싶었다.


사실 삼식이 생활을 하면서 매번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주부님들 평생을 따라다니는 고충이 십분 이해되는 요즘이다. 쓰다 남은 베이킹 재료를 확인하니 다행스럽게도 적당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통밀가루, 호두분태, 건포도 등. 그래서 호두와 건포도가 들어간 통밀빵을 만들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햄버거를 만들었다. 빵을 반으로 가르고, 먹다 남은 상추 한 장 깔고 그 위에 치즈와 베이컨 얹고. 루이보스 티와 함께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 식사다. 내가 만들었지만 맛도 그럴듯하다. 슬며시 만족의 미소가 피어오른다.



아침에 일어나 냉동실에 쟁여둔 빵 하나 꺼내 전자레인지로 30초간 돌린다. 안에 들어가는 부재료는 그날그날 다르다. 계란프라이가 들어갈 때도 있고, 이것저것 다 귀찮을 땐 잼이나 버터를 발라 먹는다. 그것마저 싫을 땐 그냥 조금씩 뜯어먹는다. 그래도 통밀빵의 고소함과 내용물이 씹히는 식감이 심심하지 않다. 그러다 한 번씩 우유나 차 한 모금으로 막힌 식도를 뚫는다. 먹고 마시고. 생존을 위해 부지런히 저작 운동을 한다.


직접 만든 빵으로 한 끼를 해결하다 보니, 나에게 있어서 '베이킹 = 생존'이라는 등식도 성립하지 않을까 싶다. 빵 한 조각을 씹으며 앞으로 생존을 위해 열심히 홈베이킹을 해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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