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과 소래풀

by이은호


북카페 점원생활을 끝내고 한층 여유롭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집 앞 하천변 산바카라도 자주 나가고, 산바카라 후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좋은 건 내가 마실 커피를 직접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좋지 않은 건 내 입맛에 딱 맞는 커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 커피집을 순회하며 커피 맛집을 찾는다. 거기에는 이동거리, 접근성, 주변 풍경, 가격대 등의 조건도 따라붙는다. 그러다 못 찾으면 내 입맛도 바꾸고, 기대치도 낮추어야 할 것이다.



집 앞 하천변 산바카라로를 따라 1킬로쯤 가다 보면 호젓한 곳에 정자가 있다. 그리고 거기서 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카페가 있다. 그곳 커피가 그나마 내 입맛에 맞다. 오전 느긋한 시간, 꽃구경 사람구경 하며 걷다가 커피 뽑아 들고 정자에 터를 잡는다. 따끈한 카페라테 한 모금. 씁쓸 고소한 커피가 목을 타고 넘어간다. 커피잔에 비해 종이컵에 담긴 커피가 확실히 맛이 덜하다. 하지만 모든 걸 내 욕심대로 할 수는 없는 것. 솔솔 부는 바람과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하천변을 따라 꽃밭이 잘 가꾸어져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동네보다는 하천 건너 부자 동네 꽃밭이 더 예쁘다. 그래서 건너편 길을 주로 걷는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유채꽃밭에 노란색과 보라색이 어우러져 있다. 노란색은 유채꽃이고 보라색은 보라유채라고도 불리는 소래풀이다. 이름도 색깔도 다른 것이 같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함께 피어 군락을 이루었다.


노란색과 보라색은 상호 보색이다. 보색의 조합은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밤에 가로등 조명아래 펼쳐진 노랑과 보라의 꽃밭에서는 은은한 신비감이 뿜어져 나온다. 그 모습에 끌려 가까이 다가가 노랑꽃에 포커스를 맞춰본다. 배경이 된 보라와 초록 그리고 주인공인 노랑. 그 배경 덕에 주인공이 확실하게 돋보이는 모양새다.



가게를 나가지 않게 되면서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 슬기로운 마음 가짐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호 보색처럼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게 가능할까.


따로 또 같이.


나이 들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부부가 슬기로운 노년을 즐기려면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고 한다. 각자의 생활을 인정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 취미나 관심사가 달라도 좋고 같아도 좋다. 다르면 서로 존중해 주고, 같으면 함께 즐기면 될 일이다. 중요한 건 지나침도 아니요 모자람도 아니라는 것. 지나치면 간섭이 되고, 모자라면 관심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섭과 관심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아내가 요즘 드라이버 비거리가 좀 늘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스크린골프 치는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한다. 그 말은 스크린골프를 치러 가자는 의미이다. 거기서 쓸데없이 골프 이론을 늘어놓거나, 거절 또는 시큰둥한 말을 늘어놓으면 망한다. 그냥 주저 없이 '좋지!' 하고 따라나서면 된다.


유채꽃과 소래풀 같이 함께하면서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사이. 오늘도 난 그런 노년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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