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알바

by김경훈

[근무 기록]


업소 · 주택가 골목 끝 편의점

직무 · 야간 단독 근무

근무 · 밤 10시부터 아침 6시

경력 · 3개월

나 · 스물넷

상태 · 근무 중



꿈의 온라인 게임


편의점 야간 알바 3개월 차다.


시급은 최저. 손님은 최소. 폐기는 최고.


이 세 가지만 보고 들어왔다.


그리고 솔직히 대만족이다.


우리 편의점은 주택가 골목 맨 끝에 있다. 새벽 1시만 넘으면 개미 한 마리 안 지나간다.


그 시간에 나는 계산대 뒤에 앉아서 휴대폰을 본다.


가끔 진열대 정리하는 척한다.


CCTV가 있으니까 척은 해야 한다.


사장님은 낮에만 나오신다.


아니 정확히는 면접 때 한 번 보고 그 뒤로 얼굴을 못 봤다.


카톡으로만 일한다.


사람 안 만나고 돈 받는 일.


이게 바로 꿈의 온라인 게임이다.



손님들


근데 요즘 좀 이상하다.


손님들이 나를 안 본다.


편의점 손님이 알바를 잘 안 보는 건 원래 그렇다. 그건 안다.


근데 이건 수준이 다르다.


"이거요."


손님이 물건을 계산대에 툭 놓는다.


삑.


"3500원입니다."


대답이 없다.


그냥 카드를 꽂는다.


"영수증 드릴까요?"


대답 없이 나간다.


처음엔 이 동네가 원래 무뚝뚝한가 했다.


근데 3개월째 매일 이렇다.


어떤 손님은 계산대 앞에서 한참 두리번거리다가 매장 구석으로 간다.


무인계산대를 찾는 거다.


우리 편의점에 무인계산대 없다.


결국 그 손님은 물건을 계산대에 놓고 돈을 옆에 두고 나갔다.


나는 거스름돈을 쥐고 뛰어나갔다.


"손님! 거스름돈이요!"


안 돌아본다.


그냥 간다.


나는 동전 몇 개 쥐고 골목에 혼자 서 있었다.


뭐야 이거.



취한 아저씨


그나마 반응해주는 건 취한 손님들이다.


지난주 새벽 2시였다.


아저씨 하나가 비틀거리면서 들어오더니 소주 두 병이랑 새우깡을 쾅 내려놨다.


"계산!"


"네 6200원입니다."


아저씨가 나를 봤다. 초점이 좀 흐렸다.


"어? 학생 있었네?"


"네 아까부터 있었어요."


"아니 아까는 없었는데."


아저씨가 눈을 비볐다.


다시 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뒷걸음질을 쳤다.


"학생 왜 뒤가 비쳐?"


"네?"


"학생 뒤로 냉장고가 보인다고!"


나는 웃었다.


"손님 많이 드셨네요."


아저씨가 소주도 안 챙기고 뛰쳐나갔다.


새우깡만 들고.


계산은 안 했다.


6200원 내 돈으로 채워 넣으려고 주머니를 뒤졌다.


지갑이 없었다.


어디 뒀더라.



꼬마


새벽에 아이가 온 적도 있다.


밤 11시쯤이었다. 엄마 손 잡고 들어온 대여섯 살짜리 꼬마였다.


엄마는 우유 코너로 가고 꼬마는 계산대 앞 사탕 진열대에 붙어 섰다.


나랑 눈이 마주쳤다.


꼬마가 나를 빤히 봤다.


나는 손을 흔들어줬다.


꼬마도 손을 흔들었다.


오. 귀여워.


그러다 꼬마가 엄마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외쳤다.


"엄마! 저 형 왜 머리에 피 나?"


엄마가 우유를 들고 뛰어왔다.


계산대를 봤다.


나를 봤다.


정확히는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봤다.


엄마 얼굴이 하얘졌다.


"누가 있다고 그래. 아무도 없잖아."


"저기 형 있잖아!"


엄마가 우유를 그대로 진열대에 놓고 아이를 안아 들고 나갔다.


나는 손을 흔든 채로 굳어 있었다.


그러고 내 머리를 만져봤다.


아무것도 안 묻어나왔다.


애들은 원래 이상한 소리를 한다.


그렇게 정리했다.


근데 그날 이후로 거울 비슷한 건 안 봤다.



배가 안 고프다


폐기는 야간 알바의 꽃이다.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이거 하나 보고 왔다.


근데 요즘 안 먹는다.


배가 안 고프다.


3개월째.


참치마요 삼각김밥 하나를 까서 입에 넣어봤다.


맛이 안 난다.


씹히긴 하는데 아무 맛이 없다.


참치도 없고 마요도 없고 김도 없다.


종이 씹는 느낌이다.


뱉어서 버렸다.


폐기의 폐기.


이거 좀 슬프다.



사장님


알바비가 3개월째 안 들어왔다.


사장님께 카톡을 보냈다.


"사장님 이번 달 급여 확인 부탁드립니다!"


공손하면서 단호하게. 느낌표까지 붙였다.


읽음 표시가 안 사라진다.


다음 날 또 보냈다.


"사장님 바쁘시죠ㅠㅠ 급여 한 번만 확인 부탁드려요"


안 읽는다.


일주일 동안 열 번을 보냈다.


전부 안 읽음.


이 정도면 사장님도 대단하다.


노동청에 신고할까 했는데 이상하게 별로 급하지가 않다.


배도 안 고프고 쓸 데도 없다.


집에는 언제 갔더라.


음.


기억이 잘 안 난다.


어쨌든 출근은 한다. 성실한 게 내 유일한 장점이다.



퇴근


어제는 진짜 집에 가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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